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마음 졸이고 사는 한인들이 있다. 불법 체류자들이다. 각종 사회복지 혜택을 박탈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하며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당국의 단속과 추방 위협에 떨고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 한인보다 정작 애처로운 것은 이들의 자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온 아이들은 언어나 사고방식이 미국인에 가깝지만 합법체류 신분이 없어 언제 어떻게 한국으로 추방될지 모르는 신세다.
한국말과 문화가 낯선 이들이 한국으로 쫓겨갈 경우 가족과의 생이별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생활이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받을 충격 때문에 이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마음 고생을 하는 불법체류자 부모가 하나 둘이 아니다.
최근 연방정부 당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불법체류자 수는 1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집계된 것이 그 정도니까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어림 잡아도 수만에 달하는 불법체류자 학부모가 자녀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행히 최근 들어 불법체류 신분의 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경우 영주권을 주자는 법안이 연방의회에 상정돼 이런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고 있다. 아직은 상정 단계라 시행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제안자가 공화당 보수파로 중진 의원인 오린 해치 연방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루이스 구티에레즈 연방 하원의원으로 상하 양원, 민주·공화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통과가 유력시된다.
법안 제안자들이 밝힌 것처럼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 학교를 다닌 이들에게는 미국이 조국이다. 부모 때문에 불법 체류자가 됐을 뿐 본인에게는 아무 죄가 없는 이들을 일반 불법 체류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 어긋나며 현대판 연좌제에 다름 아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사회다. 국민의 여론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법안 통과가 결정된다. 공식 집계된 한인 시민권자수는 70만명이 넘는다. 다른 소수계 권익옹호 단체와 연대해 표를 모으면 무시하지 못할 숫자다. 한인 사회 지도자들은 각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이 법안 지지 편지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한인 모두가 이에 동참,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 한인 커뮤니티가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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