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마침내 끝났다. 부시 미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비교적 경색된 분위기 가운데 이루어진 게 이번 서울 정상회담이어서 상당한 우려가 따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만족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한미 양국 정상은 북한에 대해 여전히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었으나 이견은 일단 봉합한 채 한반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리고 철저한 공조를 다짐했다. 다행스러운 결과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러나 심각한 후유증도 남겼다고 본다. 미주 한인에게는 특히 민감한 후유증이다. 반미감정의 확산이 그 것이다. 부시의 방한을 전후해 재야단체 등 소위 운동권에서는 잇단 반미시위가 열렸다. 제도 정치권에서도 반미감정은 거의 여과 없이 노출됐다.
여당 국회의원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우방의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또 ‘부시는 한반도를 영구 분단하려는 계책을 꾸미고 있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죽 했으면 김대중 대통령이 진노를 발하고 반미행위를 경고하고 나섰을까.
민주사회의 장점은 다양한 목소리에 있다. 반미주의를 천명하든, 반(反)부시를 외치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문제는 이성적이지 못한 대미인식이다. 이 같은 대미인식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반미감정을 불러온다. 더구나 정치권이 그런 인식을 보일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미주 출신 가수 유승준군 입국이 거부되는 ‘이성적이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실이지 적지 않은 미주 한인들은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었다. 뭔가 묘하게 뒤틀린 반미기류가 한국서 일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해서다. 그런데 한국에서 반미감정은 잇달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의 심정은 여간 착잡한 게 아니다. 반미감정 확산이 한미 양국관계 악화로 이어질 때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미주 한인에게 돌아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한인 사회는 4.29 인종폭동 때 유사경험을 했다. 또 미국은 현재 전시상태에 있다. 소수계에 대한 증오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다. 때문에 우려는 더 높아지고 있다.
감정적 반미주의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미 양국관계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미주 한인사회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 심각성을 한인사회는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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