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 중국 전국시대 때 장의라는 모사가 있었다. 뛰어난 언변과 설득력으로 천하를 주름잡던 변론가였다.
그런 그가 아직 뜻을 펴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던 시절 한번은 큰 봉변을 당했다. 초나라 재상의 연회에 참석했다가 도둑 누명을 쓰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매를 맞았다. 글줄이나 읽고 말을 좀 한다던 남편이 그런 꼴을 당하고 오자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을 것은 당연한 일. 그러자 장의가 물었다.
"내 혀를 보시오. 아직 있소?"
어이없는 질문에 아내는 "물론 있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장의는 "그럼 됐소" 하며 매질 당한 수모를 훌훌 털어 버렸다고 한다. 여기서 오설상재(吾舌尙在), 즉 ‘내 혀가 아직 있다’는 말이 나왔다. 몸은 망가져도 혀만 살아있으면 뜻을 펼 수 있다는 뜻이다. 말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혀처럼 중요한 무기이자 생존수단이 없다.
실제로 장의는 그 후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연횡책으로 주변 국가들을 설득,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데 기여했다. 세치밖에 안 되는 혀, 그 작은 장기를 움직여 나오는 말의 위력을 평가한 것으로는 또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따위의 우리 속담이 있다.
이런 긍정적 관점이 없지 않지만 혀는 우리 몸에서 유난히 부정적 관점이 많이 적용되는 기관이다. 위험한 물건이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동서를 막론하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선 성서는 ‘입과 혀는 지옥 불’이라며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라고 야고보서에서 기록했고, 명심보감은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으나 편안할 것이다"고 가르쳤다. 당나라의 명재상 풍도는 또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의원은 말로 먹고사는 대표적 직업이다. 혀가 없으면 기능을 할 수 없는 직업이 국회의원직이다. 혀를 능히 길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필수적 자격 요건인데 그런 사람들이 혀를 함부로 놀려서 요즘 한국이 시끄럽다.
’부시 대통령은 악의 화신, 이회창 총재는 악의 뿌리’ ‘김대중 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이라며 부시 대통령 방한 직전 터진 여야간 공방은 위험 수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동맹국 국가원수, 야당 총재, 자국의 대통령을 막가파식으로 매도하는 몰지각한 언동이다. ‘쉬지 아니하는 악’이 얼마나 더 천방지축으로 ‘지옥 불’을 뿜어댈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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