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의 일이다. 22개월 된 아들이 감기로 열이 많이 나고 하루종일 안아달라고 보챘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아기가 잠이 들고 이런 저런 일을 하고 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막 잠이 들어 정말 그 행복한 상태에 접어드는데, 배에 가스가 차는 듯 하더니만 아랫배가 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서 변기 위에 앉아 배를 문지르고 있는데, 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많이 아파왔다. 자고 나면 나으려니 하고 잠을 청해도 통증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아픈 부위는 건들 수 도 없었고 나는 맹장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잠이 든 남편을 깨우고 한국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증상을 물으니 영락없는 맹장이란다. 보험도 없는데... 하는 걱정도 접어버리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의사가 와서 출렁거리는 영어로 이래저래 묻더니 아픈 곳을 꾹꾹 눌러보더니 산부인과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 하더니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의사는 나에게 태풍 같은 영어를 했다. 내가 불라 불라 일수도 있고 캔서 일수도 있고... 여기서 나의 졸졸거리는 영어의 어휘는 멈췄다. 암일 수 도 있다고 하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는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암이 나에게 주는 여러 가지 짭짤하고 축축한 의미를 되 뇌일 수 있었다. 열이 내리지 않아 상기된 아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아픈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의 회개가 시작되었다. 내가 얼마나 축복된 삶을 살고 있었는지 그러면서도 감사하지 않고 교만했고 정말 나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에노스 임을 하나님께 고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면서 나는 하나님께 검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던지 순종하며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기도를 했다. 계속되는 눈물에 간호사가 많이 아프냐고 물었고 나는 아들이 보고싶다고 말했다. 내가 가족과 함께 한다는 그 사실이 내가 첫째로 간구하는 기도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는 암도 맹장도 아니었다. 다만 행복의 지수를 계산하기위해 현대의학의 힘을 빌고 그 대가로 5300불의 돈을 18개월에 나누어 내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감사하는 에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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