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알팔파 클럽은 워싱턴 정계의 가장 배타적인 사교클럽이다. 정계와 기타 분야의 유명한 지도자들만이 선발 되기 때문이다. 약 90년의 역사를 가졌으면서도 여성회원을 받아들인 게 고작 1993년이었으니까 우선 여자들 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금년도 신임 멤버 11명 가운데 백악관 안전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끼어 있다는 보도다.
지난 일요일 연례 만찬회장에는 부시 대통령을 위시해서 회원들 외에도 580여명의 초대객 들이 참석했다는 기사가 워싱턴포스트 스타일 섹션에 실렸다. 매스 미디어에는 비공개 행사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나올 때 붙잡고 물어본 결과 여러 인사들의 농담연설을 취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전쟁진행중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대통령 농담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는 보도다. 부시는 아버지와 동석한 자기 어머니를 보면서 하는 말이 "나는 어머니에게 상당한 유감이 있습니다. 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린 그 아름다운 버르카를 어머니가 입으신 것을 본적이 없으니까 말이죠"라고 했단다.
엔론 회사의 중역진이 자기 선거 기금을 많이 기부했다는 기사들에 더해 가까운 보좌관들의 엔론과의 관계들이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는 시기에 부시가 엔론 문제만은 함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예측이 빗나갔다. "우리는 최근에 사담 후세인에게서 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좋은 소식인즉 그가 이라크의 핵과 생화학무기들의 수를 세도록 할 용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 소식인즉 후세인은 아서 앤더슨 회사가 그렇게 하도록 원한다는 사실입니다"라는 게 부시의 말이었다.
또 부시는 큼직한 프레즐 하나를 손으로 흔들어 보이면서 "알 카에다 테러집단이 나를 프레즐로 공격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다까"라고 해서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나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 입니다"라고 하면서 그는 프레즐을 한 입 뜯어먹는 여유도 보였다.
부시가 가장 많이 박수를 받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년 전에는 물라 오마르가 아프가니스탄의 우두머리인 줄을 나는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 자도 아마 내가 모르는 상태로 계속 있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합니다." 어떤 참석자에 의하면 그 대목에 가서 알파파 역사상 처음으로 기립박수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부시의 연두교서 연설에는 기립박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9·11사변, 국내안전 보장 등 애국적인 내용이 나올 때마다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연두교서 이후의 정국은 안보문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민주, 공화 양당의 9·11이전 대립상태를 가져올 전망이다. 9·11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유층에 유리한 부시의 감세 정책으로 흑자예산이 적자예산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부시는 감세 결행만이 경기활성화의 첩경임을 강조할 것이고 민주당은 감세 계획의 연기 내지 내용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엔론 회사가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에게 골고루 뿌렸지만 특히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부시 쪽에 더욱 많은 헌금을 할만큼 엔론 회사에 대한 의회청문들이 무엇을 밝혀내어 양당의 대결을 첨예화시킬 지 조마조마한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일 것이다. 이 기회에 선거헌금 중 입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한 정당이나 이슈별로 있을 수 있는 정치활동위원회에는 무제한 돈을 낼 수 있는 소위 소프트 머니 헌금을 규제하라는 움직임에 있어서도 민주, 공화 양당의 싸움이 요란해 질 수 있다. 84%가 대통령 직무수행을 잘 한다고 나타나는 여론조사에 힘입어 부시는 민주당과의 타협에 있어 인색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걸프 전쟁 결과 83%의 인기를 즐겼으면서도 경제 때문에 1992년 클린턴에게 백악관을 빼앗긴 자기 아버지의 경우도 있고 보면 경제문제를 경시했다가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두려움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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