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인기가수 유승준의 병역문제에 대한 논란이 한국의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건의 진상은 그동안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유승준이 지난달 초 미국 시민권을 획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병역의무가 면제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 개인의 병역면제 문제가 이처럼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게 된 것은 5년 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 이후 두 번째이다.
이제까지 소위 "돈 있고 빽 있는" 권문세가의 아들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한국에서 통념화된지 오래다.
그런데도 유독 유승준의 병역면제가 크게 부각되는 것은 그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과 인기인이라는 것에 대한 질투가 가미됐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를 가야한다"느니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은 이제 옛이야기이다.
"현역은 사람의 아들, 방위는 장군의 아들, 면제는 신의 아들"이라는 말이 우스개가 아닌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월간지에 난 기사에 따르면 장·차관과 국회의원의 아들 가운데 병역면제자가 70%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내 자식만은 가능하면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누군들 귀여운 자기 자식이 3년 가까이 고생하면서 재능을 썩이기를 바라겠는가? 유승준의 부모도 자식을 위해 시민권 취득을 강하게 권유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병역의 의무를 헌법상에 명문화하고 있는 한국에서 "모든 국민은 병역의 의무이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조항을 순진하게 믿는 남자는 이제 없다.
징병제인 한국에서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병역의무를 마치고 난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면제자들이 누리는 혜택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기자도 31개월의 병역의무를 마치고 한국의 대기업에 처음 취직했을 때 면제받은 대학 동기가 이미 대리로 승진해 있는 것을 보았다.
일반 기업에서 군대에 다녀온 자는 면제받은 자에 비해 늘 2-3년간의 격차가 계속되기 마련이다. 3년의 시간적 손실은 물론 한창 지적 활동이 왕성한 청년기에 머리가 썩는 것은 누구도 보상할 수 없는 손해이다.
유일하게 병역의무자에게 채용시험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한국의 7-9급 하위직 공무원 시험에 대해서도 여성단체들이 남녀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소송을 제기해 폐지될 위기에 처해있다.
걸프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테러전을 벌이는 미국에서 참전한 군인들을 영웅시하는 미국은 참 부럽다. 커뮤니티나 학교에서는 참전용사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미군들도 이를 명예로 여긴다.
모병제인 미국에서도 병역을 마친 사람을 우대하는데 군대에 다녀온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한국에서 유승준만을 비난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임신한 여성이 미국에 여행와서 출산해서까지 자기 자식을 군대에서 빼내려는 일부 한국인들. 179cm의 키에 몸무게가 45kg밖에 나가지 않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이총재 아들의 경우처럼 병역기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라에서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병역의무를 마친 젊은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만드는 것, 한국정부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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