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나의 사무실까지 가려면 24번 하이웨이를 빠져 버클리 시내로 들어서서 아홉 개의 신호등을 지나야 한다.
십 년을 넘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 길을 지나다니지만 신호등을 지날 때마다 착 착 파란 불이 켜져서 아홉 개의 신호등을 서지 않고 지나간 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신호등마다 빨간 불에 걸려서 기다려야 할 때는 많이 있었다. 퇴근 할 때는 시간이 좀 걸려도 여유가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마다 걸리게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어떤 신호등은 한번 빨간 불에 걸리면 삼분 내지 오분 이상을 기다려야 되는데 나는 이 긴 시간동안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하며 인내심을 키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은 우리의 삶 속에서 수시로 만나게 되는 빨간 불을 현명하게 참고 기회를 기다리는 일이다. 길거리 신호등이야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파란 불이 켜지기 마련이지만 우리의 인생 길은 아무리 기다려도 파란 불이 안 켜져 좌절할 때가 많이 있다. 지금 우리 집에도 작년 여름에 대학을 졸업한 막내녀석이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무위도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천하태평인데 옆에서 보고있는 내가 오히려 마음이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이런 일이야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언젠가는 직장을 잡겠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적신호들이 우리 인생주위에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불평하고 저주하고 분노하면서 산다면 신경과민에 걸려 후에 나이 들어 늙게되면 나무밥그릇신세가 되기 쉽다.
지난번 칼럼에 썼던 나무밥그릇 이야기에 대하여 우리교회 목사님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감의 코멘트를 해 주셨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늙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별로 실감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보는 눈이 너무 어두우리만큼 낙관적이다. 적어도 나만큼은 늙어서 수저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언젠가 늙으면 수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늙어서도 고급스런 유리접시를 사용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상하고 품위 있게 늙어 가는 일은 그렇게 쉽게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므로 젊어서부터 연습을 해야한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전반기를 잘못 살기 때문에 인생의 후반기를 서럽고 초라하게 보내게 된다고 했다. 반면에 프랑스의 작가 빅터 유고는 품위 있는 인품이 얼굴의 주름살과 자연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늙어서도 지는 해가 아니라 어떻게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새벽여명의 매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우리주변에는 이렇게 고상하고 품위 있게 늙어 가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내 생활에 지표가 되지만 때로는 세상탐욕에 아무렇게나 찌든 주름살에 억지로 고상함을 갖다 부치려는 분들도 많이 있다.
추하고 가련하게 늙지 말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어느 길에 있든지 빨간 신호등에 걸려 있을 때 파란 불의 미래를 바라보며 지금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준비중에 하나가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풍성하고 만족스런 삶의 길은 세상의 물질세계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는 진리를 일찍 깨닫는 일이다. 그리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사람은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는 성경말씀을 기억하며 살자.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썩어진 것을 거두고 영을 위하여 심는 자는 영생을 거둔다고 했다.
신호등의 빨간 불은 파란 불을 위한 전제조건이고 우리의 인생 길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므로 낙심하지 말고 잘 견뎌내야 한다. 스스로 지치지 말고 인내하며 기다리면 하나님이 정한 때에 앞으로 전진하라는 파란 불로 바뀔 것이다. 그 때를 준비하며 싱싱한 가슴으로 현재를 친절하고 명랑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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