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컴퓨터라는 괴물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그 때는 겨우 사칙연산 정도 하는 덩치만 큰 물건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야단들인지 궁금했지만, 학교공부가 바빠 별로 만져보지도 못했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서는 전공을 제쳐 두고 그 이상한 물건에 미쳐 4년을 보냈고, 컴퓨터 덕분에 들어간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으니 컴퓨터란 놈과 나는 무지 인연이 깊은가 보다. 그리고는 결혼하면서 컴퓨터와 점점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만난 놈이 컴퓨터 통신이란 더 큰 괴물 이였다.
바늘부터 주어 먹기 시작한 불가사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지듯이, 컴퓨터 안에 작은 세상이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놈이 컴퓨터 밖으로 튀어나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넷은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뚝딱~하고 자판을 치면 자료가 와르륵~ 쏟아져 나온다. 그 안에는 뉴스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친구도 있다.
우리 식구가 처음 미국으로 올 때가 지금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막막하고 답답했었다. 그러던 중 어쩌다 알게 된 통신 친구에게서 많은 도움과 더 많은 위안을 얻었다. 미국의 한 달 전기세는 어느정도 나오는지, 김치는 담가 먹을 만 한지..처럼 사소한 정보라도 단순한 정보의 차원을 넘어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었다. 나도 미국에 가면 내가 아는 것으로 같은 상황의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고..
미국에 와서 몇 달이 훌쩍 지나고 따뜻한 차를 함께 할 이웃도 생기고, 마음놓고 웃을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 인터넷 안에 나도 우리집 (wurizip.com) 을 지었다. 아빠의방, 아이들방 그리고 엄마의방을 만들었다. 엄마의 방에는 내가 미국에 와서 겪은 일, 알아두면 좋을 미국 이야기 등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그리고 한 귀퉁이에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도 만들었다.
아빠의 직장 따라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는 집, 미국신랑에게 시집가는 새신부, 큰 뜻을 품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 두고 유학을 오는 부부, 신랑의 장기 출장을 따라 오는 새색시까지 참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도 엄마로서 주부로서 준비하여야 할 것들, 걱정스러운 것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어느 덧, 한국에서 많은 걱정을 이야기하던 분들이 이제는 미국에 와서 정착을 하고, 다시 우리집에 들러서 다른 분들께 도움말을 주시고 위안과 용기를 주는 글을 남겨 주실 때, 아~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곤 한다.
오늘이 제가 여성에 창에 글을 올리는 마지막 날입니다. 저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 이였고, 신선한 기쁨 이였습니다. 이런 기쁨을 제게 주신 분께 큰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