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렸지만 9·11 테러 전까지 미국 정치가들의 최대 화두는 교육개혁이었다.
4년 전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미국 50개주에서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던 캘리포니아주의 공립학교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선거공약으로 ‘교육개혁을 통한 강력한 미국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공립학교의 중흥을 위해 ‘경쟁의 원리’를 적용했다. ‘스타(STAR) 테스트’라는 표준화된 학력고사를 가주내 2학년부터 11학년까지의 모든 학생들은 치러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학생 개개인은 물론 학교와 교육구 단위로 성적이 매겨진다. 스타 테스트 시험은 ‘학력평가지수’(API)로 환산돼 학교와 교육구의 등급을 매기는 표준으로 사용된다.
주정부는 API 등급이 전년보다 떨어진 학교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을 삭감하고, 심한 경우는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교체까지도 할 수 있다.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실감하겠지만, 이 점수를 비롯한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교에서도 은근히 부모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교까지 평준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의 교육은 이처럼 경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을 너무 풀어놓았다"는 반성 속에 미국인들은 교육의 질을 높여야만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교육의 경쟁주의에 연방정부까지 발벗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주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27%나 증액한 221억달러의 공교육 개혁법을 발표했다.
법안에 따르면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한 학교의 교장은 교체되고,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줄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모두다 경쟁을 심화시켜 학생들에게 면학의 열기를 끌어올리려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만큼 심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미국에도 소위 ‘학군’에 따른 치맛바람이 있다. 10점 만점인 API 지수가 8-9점 이상으로 높은 학교들이 다수 포진한 지역은 학군이 좋다고 해서 집값이 비싸다.
최근 서울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투기바람은 학교와는 상관없이 ‘학원’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신기한 일’로 비쳐진다.
70년대 중반 민관식 당시 문교부장관이 시작한 중학 및 고교 평준화정책으로 한국에 세칭 일류학교는 모두 없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일류대학은 남아있고, 일류대학에 가려면 일류 학원에서 공부해야 한다. 공교육은 믿을 수 없고 사교육이 대학입시 준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좋은 학원이 밀집된 대치동 일대의 강남 집값이 뛰고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공교육을 살리려면 평준화를 버리고 고교입시에도 경쟁제도를 부활하는 방법을 택해야 할 때라고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