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혈통의 자부심에 대해 귀따갑게 들어온 배달민족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혼혈에는 강한 힘이 내재돼 있다. 순수함은 없을지 몰라도 여러 혈통의 장점과 힘이 잘 조화를 이루면 혼혈은 오히려 단일 핏줄보다 뛰어난 능력을 나타낸다. 프로 골퍼 타이거 우즈의 위대함과 힘의 원천을 흑인과 태국인등 여러 민족이 피가 섞여 있는 그의 혼혈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와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섞는 작업을 블렌딩(blending)이라고 하는데 블렌딩을 통해 와인은 새로운 맛으로 탄생한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경우에는 주품종으로 빚은 와인에 보조품종으로 빚은 와인을 반드시 일정비율 섞는다.
예를 들어 레드와인의 경우 카버네 소비뇽, 메를로등 주품종으로 빚은 와인에 프티 베르도등 보조품종으로 빚은 와인을 섞는다. 그렇지만 같은 프랑스라 해도 버건디 지역의 샤도네와 피노 느와르는 블렌딩이 거의 없이 단일 품종을 빚어진다. 그래서 흔히들 보르도 와인은 여성적이고 버건디 와인은 남성적이라고들 한다.
캘리포니아산 와인들은 보르도처럼 블렌딩이 많지는 않다. 그 이유는 포도 작황과 품질이 해에 따라 차이가 심하지 않고 거의 고르기 때문. 그러나 일부 최고급와인들은 블렌딩을 거쳐 태어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오퍼스1’과 ‘인시그니아’이다. 이 와인들은 캬버네 소비뇽에 메를로와 블랑이 약간 들어가 있다. 섞는 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소비뇽 70%에 메를로 20%, 블랑 10%정도가 섞인다.
이처럼 와인을 섞는 이유는 각 품종의 장점을 두루 취해 좋은 맛을 내기 위함이다. 특히 보르도처럼 포도작황이 일정치 않은 지역의 경우 블렌딩은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절차가 된다.
물론 섞는 비율에 따라 맛은 달라지며 그 비율은 와이너리들에 따라 다르다. 일단 여러명의 전문가들이 10여가지의 비율로 섞어 와인을 만든후 평가를 한다.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은 비율로 그 와인은 블렌딩 된다.
와인의 맛에 특색을 더해 주는 것은 이같은 블렌딩 절차이다.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품종으로 빚은 와인들로 블렌딩을 한다. 와인에 순수혈통만 고집한다면 맛보기는 얼마나 지루해질 것인가.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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