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IMF 여파로 부도가 나 도망자 신세가 됐다. 부인도 떠났고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도망자로 떠돌기 4년째. 아들이 희귀 간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들이 죽어가고 있는 데도 어찌할 수 없는 못난 아버지는 마침내 결심을 했다. 자신의 간이라도 일부 떼어내 아들에게 이식시켜 주기로 한 것이다.
경찰에 자수를 했다. 한달의 시간만 달라는 조건과 함께. 이식수술을 위해서다. 경찰도 사정을 감안해 출두를 늦추어 주었다.
한국서 전해진 뉴스다. "못난 아버지가 줄 수 있는 선물은 이것뿐이다"라는 부제와 함께.
퍽 오래 전 한 경제조사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장년층 한국 남성의 구매력은 제로, 내지 마이너스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박봉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인 그들은 자신을 위해 쓸 돈이 없어서다. 생활비다, 교육비다, 정신 없이 돈이 들어간다. 거기다가 부모님도 돌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제로수준의 구매력을 보인 것이다.
출세도 못했고, 이재에 밝지도 못한 보통 남자들, 못난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이 못난 아버지들은 울 수도 없다. 고민을 나눌 수도 없다. 책임만 따르는 장년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달라고만 한다. 와이프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은 이제 노인이다….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못난 아버지여서 호강 한번 못시켜준 게 마음에 걸린다.
밖에서도, 집에서도 큰 소리 한번 못치는 못난 아버지. 세상에는 그런데 잘난 아버지, 능력 있는 아버지 보다 못난 아버지가 훨씬 많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크리스마스다.
높은 천국 보좌에서 낮고 낮은 이 땅에 오신 예수. 병든 자를 고치고, 눈 먼 자를 뜨게 하고, 소외된 자를 어루만지시는 예수. 위로의 메시지가 넘쳐난다.
"홈리스 피플을 찾아가고 양로원을 방문해야지." 좋은 일이다. 축복된 일이다. 이웃의 작은 자와 함께 하는 게 참된 크리스마스 정신이니까.
거기에 플러스, 한가지만 제의하고 싶다. 세상의 못난 아버지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는 것이다. 가장이므로, 장년의 남성이므로 아무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말이다.
IMF 여파로 한국을 떠나 LA를 방황하는 아버지. 불경기 여파로 직장을 잃은 아버지. 이 못난 아버지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다. 따뜻한 한마디의 위로다. 위로 받지 못해 겨울이 더 추운 이들에게 한 마디 위로는 때로 엄청난 힘이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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