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소년이 신이 나서 드럭스토어로 들어섰다.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바지 주머니 속에는 몇달 걸려 모은 돈이 몽땅 들어있었다. 진열대를 분주하게 오가며 식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고르고 또 골랐다.
마침내 소년은 얼굴 가득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순간 소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도 돈은 없고, 실밥 뜯어져 생긴 커다란 구멍만이 확인될 뿐이었다. 소년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때 잔뜩 풀죽어 서있는 소년에게 한 부인이 다가왔다. 부인은 부드럽게 소년을 껴안은 후 20달러를 손에 쥐어 주었다.
“이걸로 선물을 사렴. 그리고 이다음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너도 그때 도와주려무나” ‘영혼을 위한 치킨 수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소년이 남을 돕는 착한 사람이 되었는지 여부는 알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정말 막막한 상황에 처해보고, 또 그때 기적같은 도움의 손길을 받아보면 그런 체험은 영혼 깊이 새겨져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매년 연중행사처럼 보도되는 기사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익명으로 선행을 베푸는 ‘얼굴 없는 산타클로스들’ 이야기이다. 거리에서 고액의 지폐를 나눠준다는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특히 유명하다. 캔사스 시티의 사업가로만 알려졌던 그를 며칠전 USA투데이가 자세히 보도했는데, 그 역시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씨앗이 되어서‘산타클로스’가 되었다.
1971년 겨울 그는 외판원으로 소속되었던 회사가 파산하면서 며칠 사이에 알거지가 되었다. 잠잘 곳이 없어 8일간 차에서 새우잠을 자고, 이틀을 굶은 어느날 그는 무작정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한후 연극을 했다. 지갑을 잃어버린 듯 사방을 뒤지며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식당주인이 그가 앉은 의자 근처로 오더니 바닥에서 20달러를 주웠다. “자네가 떨어트린 것 같은데”하며 돈을 건네줄 때 그는 그것을 ‘하늘의 도움’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돈이 하늘에서 떨어졌을 리는 없었다. 식당주인이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배려를 하며 자선을 베푼 것이었다. 그때 “형편만 되면 남을 돕겠다”고 한 맹세가 79년부터 이제까지 그를‘거리의 산타’로 만들었다.
한두해도 아니고 22년째 그를 ‘산타’가 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올해 그는 5만달러를 뉴욕과 캔사스 시티에서 나눠줄 계획이라는 데, 며칠씩 추운 거리를 돌아다니며 100달러, 200달러씩 나눠주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그가 돈이 많고, 착한 사람이어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사실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미흡하다.
9.11테러가 터진지 한달쯤 되었을 때, 미국 구세군의 지도자인 로버트 A. 왓슨 전 사령관이 한 신문에 기고를 했다. 당시 구세군은 수천명의 봉사자들을 피해지역에 배치해 복구를 돕던 중이었다. “사람들은 늘 우리의 희생을 칭찬한다. 그런데 구세군의 인원 동원능력은 400만명에 달하고, 85% 이상이 자원봉사자들이다. 그 많은 인원을 희생정신 하나만으로 모을수 있겠는가”
뭔가 보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보상이란 다름 아닌 기쁨이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사심없이 돕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으로부터 차오르는 충만한 기쁨 - 그 기쁨에 떠밀려서 힘든 걸 힘든 줄 모르며 봉사를 하게 된다고 그는 경험을 토대로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사랑의 실천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그 극한을 보이신 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 날이 내일모레인 데 뉴욕의 테러현장은 여전히 처참하고, 아프가니스탄은 황폐하며, 중동의 폭력사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증오와 분노의 병균으로 중병을 앓는 세상을 치유하는 데 지름길은 없다고 본다. 우리 각자의 가슴속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내어줌으로써 더 충만해지고, 5리 대신 10리를 가면 더 커지는 기쁨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작은 예수’가 많아질 때 크리스마스는 비로소 진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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