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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오사마 빈 라덴이 정말 ‘올해의 인물’이 되는 걸까?”
앞으로 며칠 더 미국인들을 궁금증에 빠트릴 이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은 평소에도 연말이면 관심이 가는 뉴스. 1927년 대서양을 비행 횡단한 25살의 찰스 린드버그를 시작으로 지난해 아슬아슬하게 대통령이 된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그 해의 큰 흐름을 정리한다는 긍정적 평판을 대체로 들어왔다. 물론 아돌프 히틀러, 요시프 스탈린, 아야툴라 호메이니 같은 인물을 뽑아 반대여론이 들끓었던 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처럼 인물선정을 둘러싸고 시끄러웠던 적은 없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타임이 올해 처음으로 선정작업에 독자들을 참여시킨 것이다. “후보를 지명하고 그 이유를 50자 내외로 적어 보내달라”고 독자들에게 의견 개진의 장을 만들어 주었다. 둘째 이유이자 논란의 진짜 불씨가 된 것은 ‘올해의 인물’ 웹페이지에 나오는 다음 구절.
“자, 당신이라면 누구를 뽑으시겠습니까? 조지 W. 부시? 오사마 빈 라덴? 루돌프 줄리아니?” 히틀러, 스탈린이 아무리 역사에 남는 악인이라 해도 40년대 전후 미국민들에게는 감이 먼 존재였다. 반면 빈 라덴은 국민적 정서로 볼 때 불과 석달전 ‘내 땅에서 내 피붙이를 죽인 원수’이다. ‘올해의 인물’ 게시판에는 흥분한 독자들의 의견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와 20일 현재 거의 1200통에 달한다.
“그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타임 구독은 이제 끝이다”“자아도취 미치광이의 자아를 더 부풀려줄 일 있나. 그 자에게 합당한 것은 죽음뿐이다”“스탈린도 히틀러도 뽑았는데 빈 라덴이라고 안될까? 너네 잡지인데 마음대로 하시지”“아이가 성적 나쁘게 받은데 앙심을 품고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유명해졌다고 그 아이를 ‘올해의 학생’으로 뽑지는 않는다”
반면 ‘원칙’을 내세우는 소수의 독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다들 ‘올해의 인물’이 뭔지를 모르시는군. 성자를 뽑는 게 아니라 그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뽑는 것 아닌가. 빈 라덴이 없었다면 9.11 테러가 없었을 것이고, 테러가 없었다면 테러와의 전쟁도, 탈레반 붕괴도 없었을 것이다”“타임이 선정기준을 고치지 않는 한 빈 라덴이 될 수밖에 없다. 타임은 여론이 아니라 원칙을 따르는 잡지이다”
타임은 오는 23일 새벽 6시(동부시간)에 ‘올해의 인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론의 집중 포화 속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선정팀이 느끼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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