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정국의 여파로 ‘경찰의 이민법 불간섭’ 방침이 깨져 불법체류 한인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연방이민국은 추방명령을 받은 불법체류자 31만4,000명의 명단을 전국 8만여 경찰기관이 수사목적으로 조회하는 연방수사국 범죄자료센터 전산망에 입력시킬 것이라고 발표해 일선 경찰이 이민법 위반자를 적발할 수 있게 됐다.
이민국은 소수계 커뮤니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추방명령을 받고 잠적했거나 재판 중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종적을 감춘 사람만을 명단에 올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정국이 풀리지 않거나 더 경색되면 이민법 위반자에 대한 포괄적인 단속이 시행돼 비자만료로 불법체류 상태에 처한 사람들까지도 어떤 형태로든 명단에 올려져 경찰의 단속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만일 일반 이민법 위반자도 명단에 올려지게 되면 ‘일단정지신호 무시’와 같은 비교적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에도 경찰에 적발돼 추방당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소수계에 대해 과잉단속을 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뿐 아니다. 법무부가 연방정부기관의 개정이민법 ‘불법체류자 의무신고 조항’을 본격 시행함에 따라 노동부 등 4개 부처가 불법체류자의 신원을 이민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신고대상이 추방명령을 받은 불법체류자로 국한돼 있지만 생계보조비 등을 신청했거나 신청하려는 불법체류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이다.
불법체류자 색출을 위한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업무과정에서 드러난 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단순 신고라고 하지만 합법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비자만료 후에도 출국하지 않은 사람들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는 출입국 전산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니 불법체류자들의 운신의 폭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법체류자들을 구제하는 법안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당사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자격 요건을 갖춘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245(i) 조항 연장안’ ‘2차 사면안’ 등 법안의 진로도 불투명한 상태다.
테러범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모든 불법체류자를 의심스런 눈길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테러범 중에는 시민권을 획득하거나 합법 체류 자격을 갖춘 자들이 많다. 민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 행위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민권 침해 여부를 감시하는 워치독 그룹 신설 활동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테러와는 무관한 절대 다수의 불법체류자들이 이번 단속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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