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민분야를 취재하기가 겁난다. 테러참사가 발생한지 3개월, 그러나 부시 행정부와 연방의회는 국민들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외국인 방문자와 이민자들의 비자·입국 심사를 강화하고 이민문호를 규제하는 법안과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테러 발생 전만 해도 불법체류자를 위한 245(i) 조항 연장, 2차 대사면 법안등 친이민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았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멕시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합법지위 부여에 대한 원칙적 합의까지 이뤄놓은 상태였지만 이 모든 것이 지난 9월11일 뉴욕의 월드트레이스센터와 함께 붕괴됐다. 미국이 이끄는 세계 진영과 거대한 회교도 테러 네트웍간의 고래싸움에 힘없는 새우(이민자)등만 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외 추방명령을 받고 잠적한 외국인 불법체류자 31만4,000명의 명단을 연방수사국(FBI)과 미국내 8만개 일선 경찰기관이 운영하는 범죄자료센터에 입력하겠다는 연방이민국의 발표는 미국의 이민정책에 새로운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는 지난 30년간 지켜졌던 일선경찰의 이민법 불집행 방침을 일거에 허무는 것으로 그 여파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수사 당국은 이미 테러사태 이후 테러 연루자를 색출한다는 구실로 체포한 1,200명중 아직도 600명을 구금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또 지난해 1월 이후 입국한 18∼33세의 중동국가 출신 남자 5,000여명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실시중이다. 사실 구금상태에 있는 이들 600명중 거의 대다수는 관광비자가 만기됐거나 유학비자를 받은 후 학교를 자퇴하는 등 단순한 이민법 위반 혐의자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모두 범법자로 친다면 한인사회에서도 비자가 만기된 ‘범법자’들이 수천명, 아니 수만명 있을 것이다.
이민국은 이들 31만4,000명이 법적 절차를 마친 추방대상자라고 하지만 이민국이 여기서 그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정부가 추진중인 출입국 전산시스템이 완료되면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미국에 들어온 후 출국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명단이 바로 파악되게 된다. 테러참사 용의자 19명이 모두 일단은 관광과 유학 등 합법 방문비자로 들어왔으니 이들 비자 만기자 역시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범죄자료센터에 입력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미 일고 있다.
언제부터 비자 만기자가 범죄자 취급을 받았는가. 테러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비자 만기 전 출국하지 않은 외국인이 운전중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돼 신원이 이민국에 넘겨져 추방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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