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바이벌게임’하면 게임 참가자에게 게임용 군용장비와 군복을 지급하고 누가 정글에서 살아남는가를 견주는 그야말로 생존의 게임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의 서바이벌게임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에는 그 어떤 장비도 주어지지 않는다. 게임 참가자에게는 오로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한 대만이 달랑 놓여있을 뿐. 주어진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게임이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이다. 네트워크 세대, 과연 이들은 인터넷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는 인터넷 서바이벌게임 지난 해 5월 남양주의 가상공간 캠프에는 직장인 김태호(30)씨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입소했다. 한국의 모 경제신문사와 벤처기업이 주최한 대형 서바이벌게임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이다. 하루 두 시간 산책을 제외하고, 그는 거의 하루 종일토록 14개월간을 캠프에서만 지내며 인터넷으로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생필품을 구입했으며, 심지어 인터넷으로 가상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간단한 건강검진은 사이버 병원을 통해 받을 수 있었으며, 아내와는 인터넷 화상채팅으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경험을 들어보면 서바이벌게임 초기와 달리 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배송망을 체계적으로 갖추어가고 있으며, 대다수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2차원에서 3차원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실생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인터넷은 평등하게 열린 자유공간 특히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은 지체장애인같이 거동이 불편한 정보 소외계층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한국 내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1박 2일간의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이 열리기도 하는데, 과제는 공공기관에 정신장애인 편견극복에 관한 메시지 보내기, 이메일 주고받기, 사회복지 시설 홈페이지 방문, 인터넷 채팅하기 등이다. 인터넷이 고정관념의 벽을 넘는 사다리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 된다.
인터넷, 다음 세대를 향한 자유선언 인터넷 서바이벌게임 참가자들은 ‘편리하긴 하지만 사람냄새가 그리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다시는 인터넷 서바이벌게임 같은 건 하지않겠노라고 선언하던 그들이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고 가정에 인터넷 전용회선을 설치하게 되었다는 후일담은 묘한 여운을 던져준다. 인터넷! 하루 한 시간만 하면 자신도, 세상도 바뀐다. 생존보다 생활에 가까운 코드가 된 인터넷. 수수께끼와 같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방식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권일지(coffeena@ihk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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