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시카 형제’라는 영화가 있었다. 결투에서 형이 칼에 찔리면 멀리 떨어져 사는 동생도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 또 동생이 괴한에게 목을 졸리면 형도 숨이 막혀 몸부림친다.
요즘 한국과 일본을 여행해보면 미국의 테러혼란 때문에 두 나라가 ‘콜시카 형제’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뉴욕테러 여파로 말씀이 아니다. 국제회의가 취소되는 바람에 호텔마다 텅텅 비어있고 증권시장은 월스트릿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중에는 외국인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요즘 외국인들의 돈이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나는 기업인마다 “미국이 테러전쟁을 언제까지 끌고 갈 예정입니까”라고 묻는다. 먹는 장사에서부터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불경기라고 울상이다.
일본에 가보니 한국의 불경기는 그래도 나은 셈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에 빠져 허덕이던 일본은 이번 뉴욕테러 참사로 아예 경기가 얼어붙어 있었다. 관광객이 50%나 줄었다고 한다. 사또라는 무역업자는 “지금 상태가 좀 더 계속되면 일본경제는 공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경기가 얼마나 늪에 빠져 있는가를 보려면 ‘신깐센’(탄환급행열차)을 타보라고 한다. 한때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미리 예약을 해야했다는 ‘신깐센’이 지금은 절반가량 좌석이 빈 채 운행되고 있었다. 백화점도 허전했다. 전철에는 온통 세일광고다.
그러나 북경의 표정은 너무나 달랐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공항이 승객으로 메워져 통행이 불편할 정도고 베이징 시내거리도 인파가 들끓었다. 식당마다 손님이 꽉 차 있었고 중국인과 아시안 관광객이 너무 몰려 천안문 구경은 사람에 떠밀려 앞으로 나갈 정도다. “신북경 이룩하여 위대한 올림픽 보여주자” 택시마다 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으며 88년의 서울을 연상케 했다.
무엇보다 북경시민들의 표정이 밝고, 자신감에 차있다. “뉴욕 테러사건이요? 알고 있죠. 사람들 많이 죽은 것은 안됐지만 미국도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돼요”─중국인 여대생의 거침없는 논평이다.
중국도 미국인 관광객이 줄어 큰 호텔이 비어 있기는 한국, 일본과 비슷했다. 그러나 별지장 없는 모습들이다. 테러공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모슬렘이 가장 친근하게 생각하는 외국인이 중국인이라고 했다. 이슬람의 대부분 국가원수가 중국을 방문했고 그중에서도 이란과 파키스탄은 매우 가깝다. 중국이 이 두 나라에 핵무기 제조기술 정보를 일부분 넘겨줄 정도니까 보통 사이가 아니다. 한 호텔 사무직원은 앞으로 중국 여객기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해질 것이고 뉴욕테러 때문에 중국 관광업계는 더욱 붐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뉴욕테러 참사때 이런 일이 있었다. 미 국무성 초청으로 중국 지방TV 간부들이 미국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TV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테러범들에 의해 공격당한 후 주저앉는 장면을 보고 일행중 한명이 박수를 쳤던 모양이다. 화가 난 미 국무성은 이들의 미국여행 일정을 단축시켜 당장 돌려보냈다고 한다.
또 요즘 파키스탄에서 반미데모가 격화되어 현지 특파되어 있는 한국 신문기자들이 불안해 하니까 가이드들이 “만약 봉변당할 위기에 처하면 중국인이라고 하라”고 귀띔을 주더라는 것이다. 중국과 이슬람의 사이가 이 정도다. 한국과 일본, 중국을 동시에 여행해보면 세상이 급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그중에서도 중국의 파워를 실감하게 된다. 중국이 이슬람과 손을 잡는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그렇게되면 미국과 대립할 것이고 미국에 살고있는 동양계는 아랍계처럼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공동운명체라는 것은 이번 뉴욕 테러사건으로 더욱 명백해졌다. ‘콜시카 형제’다. 문제는 형이 아프면 동생은 그 고통을 느끼는데 동생이 아프면 형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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