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금지하는 음주, 대학생활의 일부로 여겨.. 법정연령 18세, 사나흘 취해있어야 ‘폭음’ 간주
1인당 53달러나 하는데도 옥스퍼드대학의 연례 ‘파이어 볼’ 티켓은 판매 첫날 매진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4개의 밴드와 20명의 DJ, 마술사와 요술쟁이, 인간 조상, 바비큐 만찬에 더해 가장 중요한, 무제한의 술이 제공되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검정 타이 정장, 여자는 몸을 감싸는 긴 드레스에 팔꿈치까지 오는 흰 장갑을 끼는 이 무도회에 참가한 1200명은 샴페인 리셉션으로 시작해, 6개 브랜드의 맥주에 모든 보드카 종류가 제공되는 12개의 메인 바를 행복하게 헤쳐나갔다. 마지막 바가 문을 닫은 새벽 2시쯤에는 똑바로 걷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서있지도 못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지만 대학 당국은 무도회가 이번에도 ‘무사히’ 끝났다고 기록했고 운영한 학생들도 그렇다고 했다.
작년 말에 열린 이 무도회를 3개월동안 준비한 옥스퍼드대 3학년생 제임스 패티슨은 “‘인간 조상’중 1명이 술에 취해 가만히 서있지 못해 보수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무도회 참가자들은 18, 19세가 많고 20, 21세짜리도 있는데 그 나이쯤이면 다 술을 마실 줄 안다”고 말한다.
최근 부시대통령의 두 딸도 텍사스의 한 대학생 술집에서 적발됐듯이 미국에서는 교육자와 입법가들이 정규적으로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새로운 인센티브나 단속안을 발표한다. 대학생 음주는 사회적 이슈고 미성년자 음주는 특히 더하다.
그러나 영국이나 대부분의 서유럽에서 대학생들의 음주는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대학생 생활의 일부분으로 간주된다. 옥스퍼드대학의 학생처장인 로렌스 골드먼은 “우리는 학생들을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성인으로 대우한다. 음주 금지는 학교가 할 일이 아니다. 만일 그렇게 하려 했다간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한다.
무도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미국 대학생들이 안됐다고 말한다. 여름을 뉴멕시코대학에서 보냈다는 법대예과생 네드 그릴(20)은 “술에 관한 한 너무 추했어요. 미국 대학생들도 우리만큼이나 술을 마시는데 아무도 못 보게 숨어서 마신다니까요”
이 무도회에 참석한 미국 교환학생들도 동감이다. 윌리암스 칼리지 3학년생 잭 라이너핸은 “술에 관한 한 여기가 훨씬 더 정상이예요. 학교측에 들키지 않으려고 숨을 필요가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양국 교육자들은 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각주가 21세를 음주허용 연령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유럽 제국의 음주연령은 18세 이하다. 게다가 술에 대한 태도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영국대학들은 학생들 사이에 폭음이 별로 없다고 말하지만 미국 대학들은 폭음이 만연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영국 학생들이 술을 덜 마셔서가 아니라 양쪽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바드 공중보건대학원이 정한 미국의 ‘폭음’이란 남자는 5잔, 여자는 4잔을 연거푸 마셨을 때를 말하지만 영국에서는 사나흘을 계속 술에 취해 있어야 폭음했다고 간주한다.
대학생 음주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태도는 ‘음주운전반대어머니회(MADD)‘의 영향이 크다. MADD의 자매단체인 ‘음주운전반대캠페인(CADD)’이란 단체가 영국에도 있지만 CADD는 10대들의 음주에 대해 MADD 보다 훨씬 더 관대하다. “18세면 술을 마셔도 될 만큼 성숙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음주와 운전에 관해 대단히 책임감 있어요”라고 말하는 마리아 케이프는 딸이 음주운전자 차에 치어 죽은 후 이 단체에 관여하게 됐다.
패티슨에 따르면 옥스퍼드에서도 무도회가 끝난 뒤 차를 운전하고 집에 돌아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미친 사람이나 그런 날 밤에 운전을 하죠. 옥스퍼드 학생들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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