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일중 하나가 뒷마당의 바비큐. 특히 독립기념일을 즈음한 여름이라면 골목마다 저녁시간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고기 익는 냄새로 가득찬다.
그렇지만 요즘 그릴에서 막 꺼낸 요리에 곁들여지는 것은 핫독 렐리시나 케첩이 아니라 망고-진저-라임 모호나 타이 생선소스, 실랜트로 같은 이국적인 양념과 맛들이다. 올해 미국인들의 그릴에서 익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핫독이나 스테익이 아니라 타민족들의 음식인 것이다.
뒷마당 바비큐처럼 특징있는 미국의 전통에 너무나 뚜렷이 침투한 이와 같은 경향은 “바비큐업계의 중대사”라고 ‘라이어리 푸즈 앤드 바비큐’ 잡지의 편집 및 발행인이자 업계를 오래 관찰해온 데이브 드윗은 말하는데 그릴 제조사 ‘웨버’가 작년에 주요 주방장 및 음식 전문 기자, 요리 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바비큐계의 21세기를 조망하는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전문가들이 모두 멕시컨, 투스컨, 그리스, 중국, 타이를 비롯한 10개 이상의 나라 요리에 주목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요즘 식품점에는 구이요리에 쓰이는 각국의 양념과 소스들이 팔리고 있다. 저명 케첩 제조사인 ‘하인츠 노스 아메리카’까지도 그릴용 ‘미스터 요시다’ 소스를 내놓고 있을 정도다.
웨버 그릴 제조사인 ‘웨버-스티븐 프로덕츠’사는 점점 커가는 소수민족 시장이 자기 회사의 장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인식, 최근 몇 년간 아시아 및 멕시컨 바비큐 조리법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1998년에 나온 베스트 셀러 ‘바비큐 바이블’의 저자 스티븐 레이칠린은 30여개국의 구이요리 맛을 조사한 결과 그러한 추세는 불가피한 것이자 일시적 유행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의 식탁은 진정 세계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라틴계의 영향력이 크죠”
사실 미국만큼 바비큐를 하는 나라도 없다. 4가구중 3가구가 최소한 1개의 그릴을 갖고 있으며 작년 한해동안 30억개를 구워 먹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요리에 대해 글도 쓰는 제임스 퍼비안스는 “미국의 전통도 훌륭하지만 이제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점이 됐다. 미국보다 더 더운 나라의 요리에서 맛의 배합 및 기술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뉴욕에서 큐바식 요리를 하는 더글러스 로드리게스는 소수민족들의 구이 요리에서는 맛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굽는 기술이야 나라에 따라 다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보스턴 지역에서 식당을 하면서 요리책을 쓴 크리스 슐레신저는 유럽식 구이 요리에 싫증이 난 미국사람들이 자연히 더 생생하게 맛이 살아있는 열대지방 요리에 끌리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소수민족들의 구이 요리들은 맛의 원천이 지방에 있지 않아 더 건강에도 좋으며 더구나 미묘한 맛을 낼 수 없는 구이요리의 특성상, 특히 고기의 경우 강한 양념맛이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또 구이에 민족음식마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릴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슐레신저는 바비큐에 색다른 맛을 내고 싶은 미국 사람들에게 고기에 향미있는 양념을 발라서 구워 보라고 권한다. 인도식 처트니나 멕시코식 살사 같은 소스를 만들어 마지막 순간에 더하거나 좀 더 과감하게 특정한 맛을 내보라고 추천한다. 예를 들어 라임과 생강, 칠리를 더해 타이맛을 내보라는 것이다. “바비큐를 아는 사람에게 양념은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소금과 후추로 시작해 거기다 이제까지 안 써보던 다른 양념을 더해보면 타민족 음식도 별로 복잡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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