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을 쓴 또스또 에프스키는 소설의 주인공 라스크리니코프처럼 시베리아로 유형 당했다. 그는 무정부주의자로 몰려 사형당할뻔 했으나 총살형 집행직전 기적적으로 사면령을 받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사실 사상범을 사형집행 하는 것에는 모순이 있다. 한국에서 자유당시절 이승만 대통령에 맞서 두번이나 대통령에 출마한 진보파 정치인이 있었는데 그는 끝내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감옥에 보내져 사형 당했다. 농림부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진보당 당수 조봉암씨가 바로 그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사형수에게 사형집행 되는 날짜를 알려 주지 않는다. “신체검사 하자” “누가 면회 왔다”는 식으로 슬쩍 불러내 복도를 여러번 꾸부려져 돌다가 마당을 건너 별관으로 향하게 되면 그곳이 바로 사형장이다. 대부분의 사형수는 마지막에 “어머니-”를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조봉암씨는 체포된지 1년반만인 1959년 전격적으로 사형집행 되었는데 그의 최후는 보통 사람과는 너무나 달랐다. 사형장으로 향하는 뜰을 지나면서 잠시 멈춘후 “아, 정말 꽃이 아름답구나”라고 감탄한 후 “이런 날엔 아무리 죄수라해도 면도정도는 시켜주어야지 사람들 참…” 하며 교도관을 따라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즘 조봉암씨가 살아있다면 그의 죄가 정말 사형당할만한 내용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의 죄는 어제는 사형대상이었다가 오늘은 10년징역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무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를 웅변해준다.
지은 죄에 대한 벌의 성격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좀 생각해볼 문제다. 엊그제 사형집행된 맥베이의 최후를 워싱턴 포스트지가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한번 살펴보자.
“...맥베이는 얼굴을 들어 그가 부른 4명의 증인을 쳐다본 후 10명의 기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어 그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교도소장 래핀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맥베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맥베이의 죽음은 빠르고 조용했다. 그는 눈을 뜬채 죽어 있었다…”
이쯤되면 의사 케보키언이 자기 자를 안락사 시킨 것인지 빌딩폭파로 168명을 죽인 흉악범에 대한 징벌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사형집행 현장을 지켜본 오클라호마 유가족들 중에는 “맥베이의 최후가 너무 침착하고 평화스러워 이건 맥베이를 오히려 도와주는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사형당하는 것을 보고나니 더 마음이 찜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죄에 대한 벌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베이는 끝까지 자신의 범행이 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잘못했다”는 말도 없었다. 더구나 내 영혼은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윌리엄 헨리의 시까지 적어놓고 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죽어가면서 또 한차례 유가족의 뺨을 때린 셈이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76년 유타주에서 강도살인죄로 사형선고 받은 게리 길모어라는 죄수는 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구명운동이 일어나자 “빨리 사형집행 해달라”고 단식투쟁까지 벌인적도 있다.
만약 맥베이가 빌딩폭파의 주범이 아니고 공범인 것으로 후일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에 말이다. 이것은 맥베이가 연방정부에 두번 복수하는 셈이 될 것이다. 사실 맥베이는 오클라호마 시티 건물폭파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자백은 사형대상의 범죄에서는 증거물로 채택될 수 없는 법이다.
인간이 인간의 죄를 심사하여 “너는 죽어라” “너는 살아라”하고 판정을 내리는 것에는 많은 모순이 있다. 세계에서 사형폐지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한국 등을 빼놓고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보류하고 있다. 죄인의 목숨을 끊는 것만이 처벌은 아니다. 죽음을 겁내지 않는 자에게는 사형이 벌로서 의미가 없다. 잘못하면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또한번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것이 사형제도의 모순이다. 태연자약하게 숨져간 맥베이의 케이스는 그같은 모순을 잘 드러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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