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결론은 콜로라도 애벌랜치였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이상 빙판위의 전투를 지켜보던 스탠리컵은 결국 디펜딩 챔피언 뉴저지 데블스의 품을 떠나 애벌랜치 사나이들에게 안겼다.
애벌랜치는 9일 홈링크에서 벌어진 NHL 챔피언십 파이널 7차전에서 3대1로 승리, 종합전적 4승3패로 96년 우승 이후 5년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탈환하며 영광과 좌절, 환희와 탄식의 승부드라마로 이어진 2000-2001시즌의 대미를 장식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막다른 싸움터까지 온 양팀의 승부치고는 의외로 싱거운 한판이었다. 1피리어드 7분58초만에 알렉스 탱과이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은 애벌랜치는 2피리어드 4분57초에 터진 그의 2호골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뒤 6분16초 조 사킥의 추가골로 추격권에서조차 벗어나며 5년만의 권토중래를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초반공세에 어이없이 무너진 데블스는 총력반격을 펼쳤지만 표트르 시코라가 2피리어드 9분33초 파워플레이로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그 한골은 전세를 뒤집는 데는 턱없이 모자랐고 다만 90분28초동안 이어진 데블스의 챔피언십 파이널 무득점 행진을 겨우 멈춰세웠을 뿐이었다.
애벌랜치 챔피언 탄생드라마의 진정한 영웅은 레이 보크-. 마지막 승부처에서 골을 넣은 사킥 등 두 포수도, 쏟아지는 데블스의 포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MVP 트로피를 거머쥔 수문장 패트릭 르와도 아니었다.
꼬박 20년6개월동안 NHL 빙판을 누비며 무려 1,825게임 출장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스터 애큐러시(Mr. Accuracy)’란 애칭이 무색하게 스탠리컵과는 전혀 인연을 맺지 못했던 마흔살의 수비수 보크, 이번 시즌은 어쩌면 그를 위한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다. 10대 소년이던70년대 후반 보스턴 브루인스에 몸담은 보크는 은퇴를 미룬 채 빙판을 누벼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탠리컵과의 입맞춤에 대한 일념 하나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 둥지로 여겨온 브루인스를 떠나 애벌랜치로 옮긴 백전노장 올스타 수비수. 애벌랜치의 챔피언 등극으로 그는 비로소 은퇴할 수 있게 됐고 NHL 역사는 가장 오랜 시련끝에 가장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주인공으로 2001년의 레이 보크를 기록해두게 됐다.
우승확정 뒤 보크 자신도 넘치는 감격에 "그야말로 기막힌 스토리다, 정말이지 이렇게 끝을 맺을 수 있다니…"라고 말문을 잇지 못했고 밥 하틀리 감독은 "내 작은 눈이 감기는 순간까지도 나는 내가 보크를 지도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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