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서 대형 인질극의 주범으로 단발을 한 존 트라볼타(영화마다 괴이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온다)가 알 파치노가 인질범으로 나온 영화 ‘복날 오후’(Dog Day Afternoon·1975)를 예로 들면서 요즘 할리웃 영화는 되먹지가 않았다고 중얼댄다. 오만한 자아비판인가 아니면 역설적인 자화자찬인가.
세련미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팝콘영화로 이야기야 어떻게 돌아가든지 또 인물들이 목각인형처럼 묘사되든지 말든지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쓰는 액션 스릴러 팬들은 즐길 만한 영화다. 그러나 시사회 도중 한 청년관객이 “야 이거 엉터리야”라고 소리지른 것을 보면 액션 팬이라고 다 만족할 만한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
전직 스파이로 카리스마가 있는 척하는 게이브리엘(존 트라볼타는 늘 자의식하는 연기를 한다)이 미녀 부두목 진저(할리 베리가 젖가슴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와 일단의 용병들을 지휘해 은행 인질극을 벌이며 얘기는 과거로 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게이브리엘은 정신나간 애국자로 은행서 잠자는 수십억달러의 연방 마약단속청 불법자금을 컴퓨터로 빼내 국제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에 쓰겠다는 것이다(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러니까 게이브리엘은 미국측에서 보면 진짜 나쁜 놈은 아닌 셈이다.
이 돈을 빼내기 위해 게이브리엘은 세계적 컴퓨터 해커 스탠리(휴 잭슨)를 고용한다. 해킹 전과자인 스탠리는 처음에는 이 요청을 거절하나 전처가 데려간 어린 딸을 찾아주고 1,000만달러를 준다는 말에 해킹에 동의한다. 게이브리엘과 스탠리의 동태를 감시하는 사람이 사이버 범죄담당 형사 로버츠(단 치들).
‘다이 하드’와 ‘메이트릭스’ 등 액션영화 전문 제작자 조엘 실버와 ‘60초만에 사라지다’를 감독한 도미니크 세나가 손잡고 만든 영화이니 얼마나 시끄러울지는 안 봐도 알일. 황당무계한 만화 같은 영화지만 처음에 인질의 몸에 맨 다이나마이트가 터지면서 사람들과 차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는 장면과 마지막에 대형 헬기가 범인들과 인질들이 탄 버스를 매달고 LA 상공을 나르는 장면 등 몇 차례 액션장면은 볼만하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 보라는 영화로 전체적으로 색깔이 누리끼리하다.
등급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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