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일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파자마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다. 입고 자던 파자마 바지에 흰 티에 셔츠만 새로 걸치고 강의에 들어간다는 것.
느슨한 파자마 바지가 꼭 끼는 청바지에 비해 한결 편하고 바쁜 아침시간에 갈아입을 시간이 없다보니 체크 무늬, 곰 무늬, 구름 무늬가 놓여진 파자마 바지를 통학복으로 입는 것이다.
나는 70년대 말에 대학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파자마’라는 별명이 붙은 남학생이 있었다.
서울 근교로 1박 2일 MT를 간 다음날 아침 모든 학생들이 모여 아침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늦게 그가 나타났다. 오른 손에는 “연분홍 치맛자락 날리던” 하는 가요가 흘러나오는 테이프 플레이어를 들고 막 잠자리에서 빠져 나온 헐렁헐렁한 통바지 차림으로 서있는 그를 보고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바지 스타일이 꼭 잠옷 같아 사람들은 그날이후 그를 ‘파자마’라고 불렀다.
그런가 하면 캠퍼스 안에 한 멋쟁이 여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옥색 재킷 밑에 하늘거리는 까만 실크 소재 스커트를 받쳐입었는데 스커트 밑단에 까만 레이스 장식이 붙어있었다.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이 예쁘고 야한 옷을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보니 “옷감과 레이스를 사다가 밤새워 자신이 손바느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다들 감탄하면서도 “그런데 속치마 같애”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 여학생은 그날이후 그 스커트를 입지 않았다.
지금 보니 20년 전 그 ‘파자마’와 ‘속치마’는 상당히 앞서간 패션이었다.
미국의 10대들은 참으로 남의 신경 안 쓰고 옷을 입는다. 한인 10대들을 보면 그 점에서는 공통이나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라 가는 점이 다르다.
몇 년 전만 해도 한인타운에서 마주치는 10대 여학생들은 거의가 등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딱 달라붙는 블랙 팬츠나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립스틱 색깔까지 블랙에 가까운 자주나 체리 색으로 발라 때로 오싹한 기분까지 주었다.
요즘은 여학생보다는 남학생들이 더욱 패션에 민감해 보인다. 한국 인기 연예인 그룹처럼 머리 전체를 노랗게 혹은 벌겋게 물들이고 바지의 허리선을 히프에 걸치고 휘휘 남아도는 바지 폭과 길이로 땅바닥을 청소하는 바지를 입고 있다.
워낙 다양한 패션이 나오고 있고 동서양이 조화된 퓨전 패션도 뜨다보니 지난 2월에 열린 세계적인 뉴욕 컬렉션에서는 디자이너마다 테마가 제각각 달라 구심점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
패션의 유행이야 늘 달라지는 것이니 남자 바지에 벨트 대신 끈, 밑단은 고무줄을 댄 것이면 어떤가. 다리에 자신 있는 남자라면 여성들처럼 7분, 9분 바지를 즐겨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남을 따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뉴욕으로 관광 온 한국 여성들이 몇 년 전에는 똑같이 머리를 검붉게 물들이더니 올해는 30대거나 40대거나 똑같이 회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쪽 머리는 인디언처럼 색실로 짠 헤어 피스를 붙였다. 이처럼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스타일은 보기만 해도 식상한다.
작년인가? 한국 내를 떠들썩하게 한 재미교포 로비스트가 법정에 출두하며 쓴 선글라스를 본 ‘아줌마’들이 너도나도 똑같은 것을 사서 쓰고 다니는 통에 그 브랜드 선글라스가 품절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정도면 ‘코미디’고 ‘엽기’다.
옷은 갓난아기를 제외하고 누구나 입고 다닌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찾아보자. 만일 자신이 없으면 남의 눈에 별로 모나지 않게 평범하게 하고 다니자.
단지 유행이라고 해서 남이 좋다고 하면 좋고 싫어하면 싫어하고 뭐든지 따라 하다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국도 아니고 뉴욕에 살면서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은 자존심 구기는 일이다.
파격의 멋이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면 ‘파마자’든 ‘속치마’든 21세기 문화를 리드할 자격이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