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만’(Pearl Harbor)★★★(별5개 만점)
너무 삶고 튀겨 좋은 맛이 다 빠져버린 대형 터키 같은 영화다. 할리웃 과소비의 선두주자로 이야기와 인물 성격묘사보다는 요란한 액션과 특수효과로 유명한 제작자 제리 브루카이머와 감독 마이클 베이가 ‘바위’와 ‘아마게돈’에 이어 다시 손잡고 만들었다.
돈을 물 쓰듯 하는 부잣집 아들의 습작 같은 영화로 직원을 4,000명이나 해고하면서 이런 영화를 위해 하와이의 항공모함 상에서 수백만달러짜리 시사회를 연 디즈니는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배경으로 두 전투기 조종사의 우정과 같은 여인에 대한 사랑을 그렸는데 상영시간 3시간에서 1시간은 뚝 잘라냈어야 했다. 영화는 두 조종사의 우정과 사랑에 이어 진주만 기습 그리고 두리틀 대령(알렉 볼드윈)이 이끄는 미 폭격기의 일본공습 등 세 토막으로 구성됐다.
이 영화의 큰 잘못은 사랑과 우정 등 드라마에 약한 베이 감독이 처음 1시간20여분 동안 별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횡설수설하면서 질질 끌고 가 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테네시에서 함께 자란 레이프(벤 애플렉)와 대니(조시 하트넷)가 함께 전투기 조종사가 돼 둘이 같이 간호장교 에블린(케이트 베킨세일)을 사랑하면서 갈등하는 이야기가 정열도 또 분명한 맺고 끊음도 없이 지지부진하니 이어져 짜증이 난다.
레이프가 영국 공군에 지원, 독일기와 싸우다 실종되면서 대니와 에블린이 사랑을 하게 되고 진주만 공격 전날 느닷없이 레이프가 다시 나타나면서 엮는 사랑에 울고 우정에 울고 하는 식의 신파극이 가소로울 뿐이다. 이제 2차대전 영화를 보면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을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감독의 현격한 연출 능력의 차이를 실감했다.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과 ‘타이태닉’ 및 ‘멤피스 벨르’ 등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조금씩 빌려와 만든 작품 같은데 한스 지머의 음악마저 자신의 다른 전쟁영화 ‘신 레드 라인’에서 차용한 듯 하다. 음악이 징징 울어대면서 헛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영화가 나쁜 것은 1차적으로 각본에 책임이 있다. 이 영화의 글은 랜달 월리스(브레이브 하트)가 썼는데 대사가 어찌나 유치하고 진부한지 실소가 터져 나오는데 글 전체가 너무 약해 이야기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처음 1시간20여분 동안 보는 사람의 진을 빼놓은 뒤 마침내 시작되는 진주만 기습장면은 그런 대로 볼만하다. 그러나 공습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막상 요란한 액션신이 펼쳐져도 흥분할 기력이 없다.
히틀러의 열변 같은 호전적인 영화요 모병광고 같은 영화로 배우들간에 화학작용도 전무하고 연기들도 아마추어 수준. 재미없는 영화로 관람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등급 PG-13. Touc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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