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의 형사법원에서 느낀 많은 사람들의 답답하고 가슴아픈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형사사건의 경우 어떤 이유로든지 경찰에 체포되면 법원에 사건이 넘겨질 때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오게 되는데 이 절차마다 묻는 질문은 판에 박은 듯 한결같이 이름, 주소, 생년월일, 직업, 직장, 주소 등등이다. 이들 절차를 거쳐 법원에까지 오면 제일 먼저 보석재판(한국식으로 구속적부심과 비슷하다)을 받게 되는데 또 한번 관계기관에서 본인의 신상에 관한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게 된다.
법원에서는 통역인 입회 아래 신상 질문을 하게 되는데 답답하고 기가 막히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놀랍게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라도 대답할 수 있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한다. 말하자면 너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준비를 한다는 말은 물론 경찰에 잡혀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변명을 연구해 둔다든지, 변호사를 정해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상식인이라면 일상 살아가면서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할 몇 가지 상식에 속하는 일이 있다. 당연히 내가 알고 있어야 할 몇가지 신상 사항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다. 내가 사는 집의 주소, 전화번호, 또는 연락처, 직업, 그리고 직장의 주소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말한다.
얼마 전에 퀸즈의 우드사이드에 사는 한 40대의 아주머니가 이웃과의 말다툼 끝에 잡혀온 사건이 있었다. 시끄럽게 말다툼을 한 정도의 사건에 불과한 것이었다. 지문조회 결과 이 아주머니가 몇해 전에 비슷한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이 끝나지 않은 미결사건 기록이 나왔다.
이 이유로 250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되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러니 가족에게 연락이 되면 이 250달러의 보석금을 걸고 나가야 할 입장이었다. 남편과 20여세의 아들이 있다는 이 아주머니는 놀랍게도 자기 집 뿐 아니라 이 세상에 아무에게도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바깥세상과 연락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었다. 또 사건이 이처럼 사소할수록 검찰의 사건 조사가 미진하게 마련이어서 재판의 진행 또한 미진할 수 밖에 없다. 차일피일하다가 무려 40여일이나 구속되어 있다가 재판이 끝이 났다. 가족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안해도 될 감방생활을 해야 했다.
한 저명인사가 자신의 신분에 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어 질문사항 마다 일일이 부인에게 전화해 확인하는 그런 경우도 있다. 적어도 정확한 나이 또는 일하는 직장이나 가게의 주소나 전화번호 등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송사건과 관련, 심문절차에서는 무엇보다 간단명료하게 예스, 노 또는 모르겠다라는 답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하지 않아 상대방 변호사에게 유리한 대답을 하는 바람에 이쪽 변호사가 담당을 포기한 일도 있다.
또 판사가 유죄(guilty) 또는 무죄(not guilty)”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고 할 때는 그 말만 확실히 말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사건 해결이 복잡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말하는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법원에서 조차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대답하기 전에 무엇을 물었는지 똑똑히 듣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민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말못하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렇듯 작은 일 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어서 당하는 불이익은 너무 크다. 큰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