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과 다리’(Roads and Bridges)★★★★(별5개 만점)
VC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된 한국계 에이브라함 림이 쓰고 감독(데뷔)하고 편집하고 또 제작과 주연까지 겸한 작품으로 총 제작은 인디영화의 명장 로버트 알트만이 했다.
감독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길과 다리를 인생의 여러 가지 좌표로 삼은 우화이자 인종차별에 관한 고발이다. 젊은 신인의 작품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의식 있고 강렬하며 대담하면서 또 통렬하다. 일종의 2인극으로 미중서부 캔사스에 사는 유색인종의 내적 혼란과 분노 그리고 궁극적인 자신과의 화해와 생에로의 전진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처리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아시아계 미국인 존슨 리(에이브 림)가 기차 피하기(달려오는 화물열차 앞에 서 있다 충돌 직전에 피하는 것)를 하다가 체포돼 재판을 받고 벌로 캔사스 도로공사 작업에 투입된다. 아직도 흑인을 ‘니거’로 동양인을 ‘칭크’로 부르는 캔사스 시골의 레드넥들로 구성된 도로공사팀의 또 다른 유색인종은 흑인 고참근로자 대릴 로간(그레고리 설리반).
존슨은 레드넥들의 인종차별에 무언으로 항거하면서 때로는 분노를 기차 피하기로 토해내며 대릴로부터 선험자로서의 지혜를 조금씩 전수 받는다. 존슨은 처음에는 대릴과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나 가족 때문에 자신의 일상을 묵묵히 수용하는 대릴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도로작업을 통해 한단계 성숙한다.
존슨은 어릴 때 사망한 아버지(오순택의 음성)가 남긴 길과 그것에 부착된 각종 표지에 관한 설명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늘 듣는다. 아버지는 이 표지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인생에 비유해 아들에게 일러주는데 죽은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 존슨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머리를 뒤로 따고 가죽점퍼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는 존슨역을 림 감독이 시종일관 말 한마디 없이 튼튼하게 해내고 설리반도 잘한다. 캔사스의 뜨거운 여름 시골을 찍은 촬영이 좋다. 영화는 인종차별에만 집착하지 않고 적대적 환경 속에서 자기 진로를 찾아가는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그렸다. 성인용. 20일 하오 4시30분. DGA 극장 B(7920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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