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에 두 분을 생각해 본다.
두 분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어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나는 이 두 스님으로부터 각기 다른 불교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원효스님은 신라시대의 분이기에 여러 여건상 그 분의 실생활을 이 시대의 우리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우나 어떤 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자료에는 접할 수 있다. 성철스님은 우리 세대의 분이었기에 그 분과 관계된 여러가지 보도에 우리는 익숙하다.
나에게는 원효스님은 마음이 좋은 통이 큰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로 느껴진다면 성철스님은 엄격하고 권위를 지키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교수같은 분이었던 것 같다. 원효스님이 외국 유학도 필요없이 “쉽게” 깨달은 분이라면 성철스님은 “어렵게” 깨달은 분인 듯 하다. 성철스님이 8년 동안 앉아 참선만 하셨다니 이는 어마어마한 품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원효스님이 깨달은 뒤 사찰에 머물지 않고 속세에서 사신 반면 성철스님은 은둔생활로 득도생활을 계속했다고 한다. 원효스님이 스스로를 없애고 속세에 스며들었다면 성철스님은 스스로의 존재를 나타내며 속세와 선을 그었다. 원효스님이 무차별주의였다면 성철스님은 “나를 만나려면 3천배 하라”는 차별주의를 보여주었다.
불교의 본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사람인 싯다타(석가모니)가 안락한 생활이 보장된 궁궐을 떠났다는 사실은 거의 혁명적 내용이다. 그는 그의 득도과정의 경험을 통해 苦行이나 樂行의 두 極이라는 二邊에 친근치 않는 非苦非樂의 中道行을 가르치셨다.
불교가 태어날 당시의 인도사회는 철저한 계급주의와 영원불멸의 自我실체(atman)을 믿는 Vedic 전통 또는 힌두사상 시대였다. 불교가 이런 계급주의를 타파하고 평등사상을 깨우치게 하고 atman을 부인하는 無我의 정신을 외쳤다는 것은 과연 혁명적이요 진취적인 사상이었다.
불교는 속박과 수구적 틀을 깨고 일어선 진보적 사상체계이다.
깨우침의 도덕성이란 깨우친 사람이 그 깨우침을 이른바 속세에 풀어놓으려는 노력에서 인정된다. 깨우침이란 나만 깨닫고 구름을 타고 극락에 간다는 내용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란 표현이 불교의 사회적 사명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믿는다.
깨닫기 위해 출가했으면 깨달은 뒤 집으로 돌아와야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불교는 돌아오는 동그라미이지 떠나기만 하는 직선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런 돌아오는 佛性은 부처님과 비슷한 시기의 Plato가 그의 동굴 비유에서 시사하고 있다. 無名과 같은 동굴에서 벗어나 밝은 세계가 있음을 확인했다면 아직도 동굴 안에 있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되돌아가야 된다는 Plato의 가르침이나 떠났다(부정) 다시 돌아가는(또 다른 부정) 내용이다.
불교에는 이런 부정의 부정이라는 철학이 있음을 배운다.
예컨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로 시작하는 선시가 있다.(이 구절의 원작자는 중국 당대의 황벽스님일 것이라는 원불교 뉴욕교당의 말씀에 감사합니다).
이 구절의 내용을 부정하면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다음 줄이 되고 그러하다면 “산은 물이고 물이 산이다”라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이를 다시 부정하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첫 구절로 되돌아간다.
두고 온 조국의 남북평화 공존과 통일을 위해 그리고 다민족사회인 미국동포사회에 필요한 사상적 구심점은 원효보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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