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짜리 생일잔치에 가 보았다. 여기에서 미국이 우리와 다른 것, 작은 하나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50명 남짓 와있는 손님들은 그 또래 아이들과 그들 부모들이었다. 6살만 넘었어도 나와 같은 시니어석에 자리를 배정한 듯 하다. 철저히 아기 중심이라는 말이다. 파티 장소는 제법 널직했다. 그런데 반쯤은 공간으로 비워두고 음식 테이블은 비좁게 뒤쪽에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 뒤에는 아이들의 이름표가 놓여있었다.
나에게는 미국식 파티에 가면 먹을 것이 없다는 선입관이 나의 기억을 스쳐간다. 이윽고 잔치가 시작된다. 우리 식대로라면 “지금으로부터...”라고 하는 이런 격식이 없었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파티의 시작이다.
언제적인가 한인회장이 동네 돌잔치까지 가야 하느냐는 투정을 들은 일이 있었다. 상다리가 부러질듯한 그런 차림은 아니었지만 두 번 먹어야 할 그런 정도 또한 아니었다. 비워둔 그 공간 한 가운데는 종이상자로 만든 집 한 채가 놓여있었다. 아기 둘이 안에서 놀 수 있는 그런 크기였다. 이 집에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다. 이른바 집의 단청을 실습하는 셈이다.
이 날의 주인공인 아기는 이미 유아 조기학교(Jamboree Preschool) 학생이었다. 그 학교 선생님이 초청된 듯 하다. 초청이라기 보다 아동교육 전문가로서 파타임 일을 한다고 들려준다. 그녀가 가져온 장비는 단조롭지만 다양했다.
두 살짜리 애들을 게임으로 이끌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도 같이 즐긴다. 이렇게 해서 이 파티는 장장 3시간을 즐기고 막을 내린다. 모두가 흐뭇한 듯 희색이 만면하다.
그 날의 주인공 두살짜리 아기는 킹이 되고 모든 아기들은 친구가 되고 그리고 부모들은 신하가 되어 축제를 치른다.
본래 사업하는 사람은 매사에 채산성 원가계산을 해보는 악습이 있다. 시시하게 생각했던 이 파티의 손익은 대단한 것이었다. 먹고 즐기고 그리고 배우기까지 한 간접비까지라면 정말 그렇다는 말이다.
미국은 실용주의 사회(Pragmatism)다.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과 실생활에 알맞는 것을 최선의 것이라고 보는 사상이다. 다시 말하면 생활의 가치는 그 자체 저 멀리 있는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속에서 실질적인 것을 찾는다는 생각이다.
개인도 가정도 사회도 그리고 국가도 모두의 사회 기능이 이렇게 짜여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의 국민정신을 이 실용주의 사상 속에서 찾는다. 미국의 국민정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오만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다른 생각들을 하는 이 나라에 단일정신이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어느 역사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지 워싱턴 초대대통령, 성조기, 미국국가 그리고 독수리 등등이 국민정신”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대답이다.
1800년 초에 크레버커어라는 사람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뉴욕에 이민와 정착한 사람이었다. 그가 쓴 유명한 책 <한 미국농부로부터 온 편지> 속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초목과 같다. 과일의 열매는 자라나는 기후와 토양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 살고있는 풍토, 우리가 따르는 정부, 믿는 종교 그리고 각자가 하고 있는 일들의 특징을 끌어내는 것들을 빼놓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날 그 젊은 부부는 2살짜리 아기들을 모아놓고 이와같은 소박한 미국의 국민정신을 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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