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인 최초로 커밍 아웃(Coming Out)을 선언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해 일대 파문을 일으켰던 홍석천씨가 이번 5월에 MBC [모닝 스페셜]의 고정 코너인 ‘도전! 아줌마가 간다’의 진행을 맡아 방송에 복귀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동성애 포털 사이트 ‘플래닛 아웃’(www.planetout.com)이 뽑은 ‘올해의 인물’ 77위에 홍석천이 올라있다.
플래닛 아웃은 이용자 투표를 통해 지난 해 동성애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개혁적인 일을 해 낸 인물 100인을 선정하면서 홍석천 뿐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마거릿조는 17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1위에 올렸다.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유세 기간에 뉴욕의 성전환자 행진에 참여하고 고용차별 금지 법안에 지지하는 등의 행동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또한 전통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취해온 네덜란드는 작년 12월 19일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상원이 통과시켰고 12월 31일에는 욥 코엔 암스테르담 시장이 남성 커플 3쌍과 여성 커플 1쌍의 집단 결혼식을 주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2일 이슬람 국가인 소말리아에서는 여성동성애자 2명이 법원으로부터 “자연의 섭리에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하여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도 BBC 방송을 통해 전해진다.
동성애자 소식이라면 뉴욕이 절대 빠질 수 없는데 봄이 오면서 뉴욕의 전시장마다, 거리마다, 공원마다 사람들로 넘쳐나면서 웬 지 눈에 띄는 커플들이 있다.
얼마 전 한 전시장에서 본 두 남자는 둘 다 인물이 훤칠하고 연회색 양복도 비슷하게 입었는데 전시장 입구부터 비슷한 동선으로 나와 함께 돌았다. 작품을 보면서 두 사람은 계속하여 교감하는 느낌을 주었다.
한국이나 뉴욕이나 웬지? 하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동성애자일 수 있다.
지난 99년 본보에서도 한국과 미주 한인 동성애자 현황 진단과 그들의 고뇌에 대해 좌담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미 최대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국제 게이 및 레즈비언 인권국(IGLHRC)이 한국의 게이단체인 ‘친구사이’와 레즈비언 단체인 ‘끼리끼리’ 2개 단체에 인권상인 ‘펠리파’ 상을 수상하여 시상식 참여 차 서울 대표 3명이 뉴욕으로 온 것이다.
그때 담당 기자는 신원보호상 개인별 사진을 찍지 않았고 담당 데스크였던 나는 어떤 식으로 지면에 처리할 지 고심했었다.
한국에서나 미주 한인동성애자들이나 지금껏 옆에서 봐 온 결과 보수적인 사고와 가족 중심 체제 속에 억눌려 밝고 당당한 사람이 드물었다.
정형화된 세상의 틀을 깨기가 쉽지 않아 참으로 조심스러워 하며 세상을 사는 것이었다.
그것이 보기 싫고 나 자신 차갑고 냉정한 것이 무서워 따스하게 대해주려고 애쓰다보니 “인간적으로 대해 주어 고맙다”는 찬사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적인, 진실로 인간적인’...그런데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는 또 그 동안 그들이 얼마나 인간 대접을 못 받으며 살았나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성향이 좀 다르다고 무시당하고 편견을 받아야 하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좋은 것, 싫은 것은 억지로 안 된다. 저마다 다른 차이, 다양성을 인정하자.
더구나 각양각색의 문화와 인종,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뉴욕에 살면서 한인들은 한국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살고있는 것은 아닌지?
어느 날 아들, 딸이 “아빠, 엄마” 조용히 부른 후 커밍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옆자리 동료가 내일 아침, 커밍 아웃을 선언할 지 모른다. 놀라지 말고, 천박한 호기심을 드러내지도 말고, 우리가 할 일은 자연스럽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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