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으면 세상은 참 조용할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말이 있으므로 해서 인간은 모든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할 수도 있었고 말로 인해서 세상은 오늘날 눈부신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말이 인류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이지만 또 말 대문에 인류가 화를 입은 많은 사건들도 부인하지 못한다. 히틀러의 말 한 마디가 지구상에서 유대인의 씨를 말릴 뻔도 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트루만 미국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또한 일본을 원폭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어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게하고 있다.
요즘 경제계의 황제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이 거대한 미국을 마음대로 흔들어 놓기도 하고 월가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오기도 한다.
말이란 물론 이와같이 말하는 사람의 지위와 그가 지닌 힘에 의해서 비례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말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 치의 혀가 화의 근본이라는 옛 말이 있듯이 말 한마디의 잘못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과야 어떻든 이 무서운 말을 참지 못하고 하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기 시작한 <여인천하>라는 연속사극이 있다. 거기에 보면 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가 죽고 새로 들어온 문정왕후가 후궁들의 기고만장한 기를 꺾기 위해서 내훈을 암기하도록 하는 장면이 있다. 내훈은 성종의 어머니인 소희왕후가 지은 책으로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여인들이 읽어야 할 금과옥조같은 글이라고 한다.
후궁들이 아비의 권세를 등에 업고 득세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내훈을 외우지 못한 후궁들에게는 구실을 삼아 단단히 벌을 내린다. 칠 선녀라고 불리우는 일곱명의 후궁들은 중종을 왕위에 앉힌 공신들의 딸로서 어찌나 드센지 첫번째 왕비인 장경왕후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살다가 간 터였다.
그런 그들을 다잡기 위해 내훈을 암기하도록 했고 외우지 못할 경우에는 외울 때까지 추궁을 해서 자신의 지엄한 중궁의 위치를 지키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는다.
내훈 중에는 여교라는 가르침이 있는데 아녀자가 지켜야 할 4가지 덕목으로 그 첫째가 덕이요, 둘째가 말이요, 셋째가 용모요, 넷째가 솜씨라고 했다. 구중궁궐에서도 얼마나 말로 인한 소용돌이가 많았으면 용모나 솜씨 보다 말을 두번째로 중시 여겼는지 그 가르침을 여기에 적어보면 <아녀자의 말이란 구변이 좋아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함이 아니라 말을 할 때는 언사를 가려서 쓰고 거친말을 쓰지 말 것이며 여유를 두고 말함으로써 남에게 싫지 않게 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이렇게 내훈에 이른대로 말을 하려 애쓰지도 않으면서 많은 말을 함부로 하고 산다. 상대방의 말이 자기 의견과 다르다 해서 귀담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말만 목청을 높이기도 하고 늘 입만 열면 남의 말만 즐겨 하려든다. 이런 말들은 발도 없는데 천리를 가고 귀도 없는데 엿들을 수 있고 칼날도 없는데 남의 가슴에 비수로 꼽히는 조화를 부리기도 한다.
나쁜 말은 조그만 불씨만 떨어뜨려도 어느새 빠른 속도로 타올라 온 산을 태우기도 한다. 이처럼 말은 이 세상 모든 것들과 똑같이 잘 쓰면 이익이 되고 잘못 쓰면 화를 몰고 온다.
마음이 고우면 말도 곱게 나오고 마음이 나쁘면 말도 나쁘게 나온다는 말은 성경에도 있다. 내훈에도 말 보다 덕이 첫번째인 것은 마음을 먼저 덕으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말도 좋은 말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 것 같다. 내훈은 이조시대의 아녀자에게만 필요한 지침서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필요한 교훈이라고 생각된다.
아녀자의 말이 절실히 요구되는 언어폭력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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