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도 일본영화들은 쏟아진다. ‘역사문제와 영화는 별개’ 라는 배짱일까. 제3차 일본대중문화 개방 후 일본영화를 무더기로 사놓은 수입업자들이 묵혀 둘 수만은 없는 속사정이 있다.
그렇다고 아무 작품이나 개봉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일본흥행에 성공했고, 재미와 완성도에 자신이 있고, 지금까지의 결과로 미뤄 국내 관객들이 좋아할 <러브 레터> 나 <쉘 위 댄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류의 멜로나 코미디, <링>류의 공포물, 아니면 그 배우와 감독이 만든 영화들이다. 결국 비슷한 장르와 소재의 일본영화가 반복된다.
때문에 일본영화에 대한 기대나 호기심도 급속이 줄어들었다.
1999년 일본에서 관객 200만명을 동원했다는 나가사키 슈니치 감독의 <사국(死國ㆍ21일 개봉)>은 <러브 레터>와 <링>에 샤마니즘적 요소를 첨가한 퓨전 멜로물쯤 된다.
16살에 죽은 소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잊지 못해, 그 남자를 사랑하는 옛 단짝인 히야코(나츠카와 유이)에 대한 질투심으로 이승을 떠나지 못하자, 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도록 사국(저승)의 문을 열수 있는 주술적 의식을 행한다.
생사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공포보다는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 운명의 아픔이 애잔하다. 반면 <카오스>(28일 개봉)는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유괴사건을 소재로 만든 히치콕류의 사이코 스릴러이다.
<팬시 댄스>(21일 개봉) 역시 배우만 봐도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있다. <쉘 위 댄스> 와 <으랏차차 스모부>에서 웃음을 만들었던 스모 선수 모토키 마사히로, 대머리 댄서 오자와 켄 등이 다시 나온다. 사실은 그 반대다. 만들어진 순서와 반대로 국내에 개봉을 하고 있으니까.
<팬시 댄스>(1989년)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데뷔작이다. 자유분방한 로커 지망생 청년이 규율이 엄격한 절에서 1년간 수도승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웃음바다를 만든다. 특이한 주변 소재를 재미나게 엮어내는 감독의 재주가 놀랍지만 맛있는 음식도 거푸 먹으면 질리는 법. 21일 개봉
<비밀의 화원>(감독 야쿠치 시노부)은 한국영화 <산전수전>의 원본이다. 문제는 <산전수전>이 제작과정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고 그 결과도 기대 이하여서 <비밀의 화원>까지 관심이 줄어들었다. 5억엔이 든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한 여자은행원의 모험과 해프닝을 보면 <산전수전>이 얼마나 자존심도 없이 남의 나라 영화를 철저하게 베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1일 개봉.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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