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풍미했던 시사풍자 만화잡지 최대 위기
영상문화와 인터넷의 대중화는 출판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이같은 현상은 만화분야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만화잡지로 꼽혀 온 그리고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매드’의 부침이 그 단적인 예다.
전통적으로, ‘매드’는 그 시대의 영화와 TV 드라마들을 패러디하고, 유명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사회의 타성과 관습에 반항하는 젊은세대의 분출구 역할을 하며 인기를 끌었다.
매드 잡지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 초반에는 발행부수가 300만부에 육박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영상산업의 발달과 90년대 이후 만개한 인터넷의 여파로 이제 매드의 발행부수는 고작 25만부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매드는 현재 AOL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DC 코믹스 소유인데, 요즘에는 문방구점 잡지코너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신세로 전락했다. 또한, 일부 주들에서는 유통망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젊은 세대 가운데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던 ‘매드’ 잡지가 세월의 변화를 감당치 못하고 이처럼 몰락한 것이다. 매드 몰락의 주범은 그래픽 비디오과 컴퓨터 게임들, 그리고 매드의 창립자 윌리엄 게인스조차 감히 생각지 못했던 지저분한 저질 TV 토크쇼 등이었다.
매드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50년대 초반의 일이었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들의 대부로 통하던 하비 쿠츠맨이 일련의 만화 시리즈를 통해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쿠츠맨은 1952년 ‘당신을 미치게(Mad) 만드는 이야기들’이라는 만화 시리즈로 만화의 중흥기를 주도했다.
쿠츠맨은 작품들은 다른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들에게 만화매체의 심오한 영향력을 깨우쳐 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렇게 시작된 만화붐은 이후 미국사회 전반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수많은 미국아동들이 만화에 심취되었으며, 그중 80%는 소년들이었다.
뉴요커 잡지 전담만화가 아트 스피겔맨은 말한다.
"당시 베트남전에 항의하던 젊은 반전세대들에게는 매드 잡지가 마약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또, 당시의 매드 만화들은 도시문화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꼴라주 기법으로 모아놓은 것과 같았다고 분석한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 매드는 그 특유의 문화적, 정치적 풍자의 압도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 대신, ‘새터데이나잇 라이브’ ‘더 심슨스’, ‘데이빗 레터맨’, ‘제이 리노’, ‘하워드 스턴’쇼와 많은 개그맨들이 한때 매드가 지배하던 풍자와 패러디 문화영역을 무차별 잠식했다.
최근들어 매드는 활로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 중이다.
매드는 두달 전부터 잡지 역사상 처음으로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관측통들의 눈에는 매드의 광고게재가 생존투쟁의 일환으로 비쳐지고 있다.
매드는 또한 노골적인 성적성향을 내포한 만화들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그중, ‘먼로’라는 타이틀의 만화는 어느 비정상적인 가정의 생활상을 코미디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이 가정의 알콜중독자 아빠는 주인공 소년에게 학교에서 초컬릿을 팔아 돈을 벌라고 강요한다. 또, 인터넷 섹스사이트 중독자인 소년의 엄마는 아르바이트 선생으로부터 정원관리사 소년에 이르기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성관계를 맺는 색녀로 묘사된다. 그리고, 2차대전 참전용사인 할아버지는 전쟁후유증으로 인해, 나치문양을 달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정신이상자로 그려진다.
다시 말하면, 매드가 생존을 위해 건전한 패로디와 풍자의 영역을 벗어나 정신도착적인 코미디의 세계에 발을 내민 것이다.
이와 관련, 먼로의 만화작가 토니 바비라는 말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많은 아동들이 지옥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고등학교는 감옥보다 나을게 없고, 수많은 부모들이 이혼하고 이로인해 가정들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매드는 아직도 정통 풍자만화의 전통과 자부심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지난 1992년 잡지창업자인 윌리엄 게인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와 함께 회사를 세웠던 초창기 멤버들은 매드의 변질을 막고자 부심하고 있다. 그들은 매드가 언제까지나 사회의 소금역활을 하는 건전한 만화잡지로 남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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