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영어전용 ESL과 외국어 혼용코스 줄다리기
최근 뉴욕시 교육청이 새로운 이중언어 교육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민자 학부모들 사이에 이중언어교육 정책에 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학부모들 가운데는 처음부터 영어만 가르치는 ESL 코스가 낫다는 쪽과, 처음에는 자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이중언어코스가 유리하다는 쪽으로 나뉜다.
우크라이나계 이민자인 율리야 코바딘스카야는 10년전 미국에 와서 ESL 클래스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물에 빠지느냐 수영을 하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녀는 수영을 해냈다. 코바딘스카야는 12학년때 ESL에서 정규 클래스로 옮길 수 있었다.
그녀는 지난해 가을, 다섯살 난 아들을 학교에 보낼 때 이중언어코스 대신 ESL 프로그램을 택했다.
"처음부터 영어만 하는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야 영어가 제대로 된다"
올해 25세의 코바딘스카야는 말한다.
그러나, 도미니카 출신 이민자 샌드라 알만자는 코바딘스카야와는 다른 경험을 했고, 자녀에게도 자신이 경험한 길을 걷도록 했다.
그녀는 이민 직후, 이중언어반에서 영어실력을 연마한 끝에 불과 1년만에 정규클래스로 옮길 수 있었다. 알만자는 최근, 여섯 살짜리 딸을 영어와 스페인어 공용 이중언어반에 등록시켰다.
두 사람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민자 부모들이 자녀들을 어떤 코스에 등록시키느냐는 대개 부모들 자신의 경험에 따라 결정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구소련계 이민자 부모들이 대부분 ESL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반면, 중남미 출신 부모들은 이중언어코스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구소련 출신 부모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그토록 고통을 안겨준 국가의 언어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부모들의 성향은 어떤 집단적 행태의 소산이라기 보다는 개인적 경험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부모들의 결정은 모국을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가, 자녀들의 베이비시터가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인가, 또는 자녀가 이중언어교사의 불완전한 영어발음에 영향을 받을 것인가 등에 따라 좌우된다.
어떤 경우, 부모들이 자녀들의 주류사회 동화를 희망하는 정도는 가족적 역학관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브루클린 거주 아이티계 여성 이보니아 디레니는 두 자녀를 영어와 크레올레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반으로 보냈다. 가족의 생계에서 클레올레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가정의 경우, 자녀들이 클레올레어를 할 수 있어야 가게에서 아버지의 일을 도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모국어를 모르면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도 없다.
현재, 뉴욕시 교육시스템 하에서 영어실력이 매우 저조한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이중언어코스를 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발표된 뉴욕시 교육감의 제안에 따르면, 앞으로 부모들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ESL 또는 이중언어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ESL 코스를 선호하는 부모들 가운데도 이유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인 로마나 칸은 집에서는 자녀들에게 철저하게 이중언어 습관을 주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만큼은 영어만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반면, 남미계 이민자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동등하게 배우기를 희망한다. 그들은 집안에서 스페인어를 정확하게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어느 프로그램이 더 좋다고 말하기에는 복합적 요인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들은 처음부터 ESL에 갔다가 학업을 소화하지 못해 아주 도태되는 경우까지 있다. 또, 고학년에 이민 온 많은 학생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고등학교, 또는 대학입시 때문에 ESL로 가고 싶어도 못간다. 진학시험에는 이중언어가 허용되는데, 처음부터 ESL을 택했다가는 진학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안계 이민자 부모들은 이중언어반을 선호하면서도, 이중언어교사들의 부정확한 영어발음에 신경쓰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것이, 뉴욕시의 전체 이중언어교사 중 3분의 1은 자격증이 없는 대체교사들이다.
이번에 나온 교육감의 제안은 이민자 학생의 10% 정도가 이중언어반이나 ESL 코스에서 7년 이상씩 머물고 있는 현실 하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3개의 주요 이민자 언어그룹 중, 스페인어 학생의 68%, 러시아어 학생의 97%, 중국어 학생의 93%는 3년 안에 이중언어 반을 빠져나온다.
반면, ESL코스 학생들은 스페인어계의 77%, 러시아어계의 85%, 그리고 중국어계의 87%가 같은 기간 안에 코스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번 수정안은 학생들로 하여금 3년 안에 영어에 능통하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이번 수정안이 무자격 교사나 적절한 교재의 부족 같은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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