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까지 가서 석사 학위를 딴 뒤 전업 배우로 나설 수 있을까. 그것도 조연배우로.
서태화(35)는 이런 엉뚱한 짓을 했다. 친구의 ‘꼬임’ 탓에.
한양대 음대 성악과 출신의 서태화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음대 대학원 재학 중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던 곽경택 감독을 처음 만났다. 같은 부산 출신인 이들은 곧바로 의기투합해 친구가 됐다.
이후 곽경택이 자신의 졸업 작품 <영창 이야기>를 찍으며 ‘출연해 달라’는 부탁을 하자 서태화는 선뜻 응했다. 단순히 ‘친구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 후 귀국한 곽경택이 정식 감독 데뷔작 <억수탕>을 찍으며 또 출연 부탁을 했고, 서태화는 또 우정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데 그 <억수탕>이 화근이었다. 덜컥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것이 계기가 돼 서태화는 슬슬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서태화는 곽경택에게 물었다. "경택아! 나 배우할까?" 이제 정식 감독으로 데뷔한 친구는 한마디로 잘랐다. "고마 해라!"
친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태화는 내친 김에 전업 배우로 나섰다. <닥터 K> <짱> <키스할까요> <비천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에 연속 조연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곤 새 영화 <친구>에서 급기야 친구 ‘곽경택’을 연기하게 됐다. 극중 이름은 정상택이지만 실제론 곽경택이었다. <친구>가 곽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인 때문이다.
친구 때문에 많은 정성과 돈을 들여 배운 전공을 포기했지만 서태화는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
"음악을 포기한 데 미련이 없다. 좋은 배우가 이제 꿈이 됐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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