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를 예방하기 위서는 부모와 자녀의 애정어린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특히 틴 에이저가 되면서 아들뿐만이 아닌 딸에게도 아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 애난데일에서 일어난 한인청소년이 다수 포함된 장세환군 폭행사건도 교육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문제가 표출된 것입니다."

워싱턴 한인봉사센타에서 청소년 상담 전문가로 근무중인 이예순(40, 미국명 에스더 박)박사는 이번 사건을 ‘흔들리는 가정’과 ‘유해환경의 사회 분위기’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의 문제일부가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민’이라는 큰 변화속에 사춘기 한인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이 휴화산처럼 잠복해 있다가 부정적으로 폭발, 엄청난 파괴력을 드러낸 이번 사건은 피
해자나 가해자, 그 가족들 모두에게 큰 비극이라고 전한다.

그는 "생활에 바쁜 부모의 무관심, 학교생활의 스트레스 등으로 가정에 마음을 못붙이고 밖으로 겉돌다 보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고. 이어 나쁜 친구들(한인, 미국친구 모두 포함)과 한인타운의 노래방, PC방, 술집등을 드나들며 음주, 흡연, 마약, 가출, 문란한 성(性)생활등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또 나이어린 청소년들이 위조 I.D등을 만들어 한인 타운의 유흥업소 출입을 하는데 한인업주들은 모른척 음주, 흡연을 방관하기도 한다고 꼬집는다. ‘한인 청소년 모두 내 자식’이라는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애정어린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우선 부모들이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샐러드 보울’과 같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의 상호 연계성을 인정, 한국의 얼과 문화유산을 지키고 부모가 영어가 부족하더라도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자세에서 보고 느끼며 배웁니다."

그는 ‘안정된 부모’를 가진 가정에서는 거의 큰 문제가 터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부모들이 서로 존중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가는 모습을 보며 자녀들은 안정감을 가지며 사춘기의 열병(growing pains)을 잘 넘긴다는 것.

특히 그는 한인가정의 문화정강조한다. "여성의 권리와 평등이 확고한 미국에서 역설적이지만 가장, 아빠로서의 남편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가정이
바로 서고 자녀를 안정적으로 잘 키우기 위해서는 아내가 남편을 존중, 격려하면서 남편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켜 자상하고 이해심깊은 남편과 아빠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부모의 별거, 이혼, 마지못해 ‘한지붕 두 가족’으로 사는 부모밑에서 사는 청소년의 경우 가출, 마약, 갱단가입, 자살시도 등 극단적 행동을 시도하며 내성적이고 똑똑한 청소년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높다고 전한다.

그가 전하는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 요령은 자녀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 자녀가 마음을 열고 부모한테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줄 것, 명령하기보다는 자녀의 말을 경청할 것, 자녀와 충돌이 생길 경우,
맞대응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며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힐 것 등이다.

이 박사는 경기여고와 서울대 가정대를 졸업한 후 86년 도미, 텍사스 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조지아 주립대에서 심리학 강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99년 워싱턴 지역으로 이주, 레스톤에 거주하며 남편 박선우 (연방교통국 우주공학 연구원)박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