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타의 전설’(The Legend of Rita)★★★★½
70년대 활약하던 바더-마이호프 등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항거하는 독일 적군파의 테러와 테러리스트들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사실적이요 강렬한 과거역사의 기록이다. 대뜸 리타(비비아나 베클라우)와 그의 애인 안디(하랄트 슈로트) 그리고 이들의 동지들이 베를린의 한 은행을 터는 회상장면으로 시작되는데 마치 TV뉴스를 보는 듯한 이 장면처럼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다.
전연 음악을 쓰지 않은 것도 영화의 사실감을 더욱 부추기는데 정치성 짙은 영화를 여럿 만든 독일의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양철북’)은 테러리스트들의 외적 행동보다는 그들의 이상과 꿈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안으로 파고들었다.
리타와 그의 여성동지 프리데리케(예니 쉴리) 등이 교도소 내 안디를 탈출시키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4명의 테러리스트들은 동베를린으로 도주한 뒤 비밀 경찰요원 에르빈(마틴 부트케-연기가 좋다)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르빈의 도움으로 파리에서 숨어살던 리타는 검문경찰을 사살, 다시 동베를린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안디등 3인은 국외 거주를 선택하나 리타는 동베를린을 선택한다.
리타야말로 로맨틱한 이상가 테러리스트. 에르빈에 의해 수자네 슈미트라는 새 이름과 새 이력을 부여받은 리타는 직물공장에 취직, 가난하고 고되나 ‘덜 부유하면 덜 가난하다’ 신념을 지니고 노동자로서 계급 해방의 기쁨을 맛본다. 여기서 리타는 알콜 중독자인 공장 동료 타티아나(나자 울)와 깊은 우정을 맺는데 사회주의 사회에 적응하려는 리타와 반대로 타티아나는 숨막힐 듯한 동베를린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우리는 같은 적과 싸운다"는 리타를 한심하게 여기는 공장 동료들의 반응에서 리타의 투쟁의 환상성이 투영된다.
그러나 서독 TV에 의해 자신의 정체가 폭로되면서 이번에는 이름을 사비네 발터로 바꾼 리타는 다시 거주지를 옮긴 뒤 공장의 직원 자녀를 돌보는 일을 맡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여름캠프를 갔던 리타는 여기서 젊은 물리학도인 라이프가드 요헨(알렉산더 바이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오랜만에 여인으로서의 희열에 빠졌던 리타의 행복은 자신의 과거 때문에 짧게 끝나고 만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나 리타는 동과 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또 어디서도 원치 않은 혁명가의 껍데기가 되어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여자 테러리스트의 일생’이라 부를 작품에서 감독은 세상을 개조해 보려는 이상가들의 폭력에 대한 타당성과 함께 사회라는 커다란 체제 앞에 결국 좌절과 환멸 맛보게 되는 낭만적 혁명가들의 인간적 고뇌를 힘차고 정열적이며 또 뼈아프게 묘사했다. 이같은 혁명가의 고독과 고뇌와 좌절감은 베클라우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며 또 맹렬하며 어딘가 빈 것 같은 뛰어난 연기에 의해 잘 묘사된다. 한치의 허점도 없는 구성과 팽팽한 위기감이 감도는 정치 스릴러이자 사상탐구 영화로 값진 작품이다.
성인용. 22일까지 뉴아트(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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