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이라는 교향시이다. 성요한제 전날밤 키에프 근처의 민둥산에서 출몰한다는 악마들의 축제를 묘사한 이 괴기스러운 곡은 특히 림스키콜사코프 버전에서 새벽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묘사되어있다.
땡- 종소리와 함께 새벽이 깨어난다. 밤새 광란하던 死靈의 축제는 멀리 묘지로부터 사그러들고 대지는 보랏빛 분무와 함께 성큼 검은 손을 거둔다. 대지는 놀라운 평화에 젖어들고, 우뚝 솟은 산위에는 평화를 알리는, 성자의 종소리가 은은한 星光속에 고요히 번져간다.
밤은 흔히 ‘죽음’이나 ‘악마’, ‘정적’…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어둠은 어떤 의미에서 빛의 결핵균과 같다. 어둠은 빛을 갉아먹고 부정적이고 수동적이며 염세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무수한 별빛들이 반짝이는 밤이야말로 또한 결핵환자들의 삶에 대한 갈망, 향수만큼이나 삶의 강렬한 열망, 환희로 이끌어가는 창조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술가중에는 유난히 밤을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았는데 카프카라든지, ‘스테리나잇’의 고호등… 특히 폐병으로 죽어갔던 수많은 작가들에게서 인류는 헤아릴 수 없는 유산들을 이어받았다.
결핵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나는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자포자기적인 자괴적인 요소와 다른 하나는 오히려 성적 흥분과 같은 강렬한 삶의 갈망이라고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때때로 생의 마지막 에너지를 모두 모아 ‘백조의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이때 그들이 남기는 마지막 사랑의 노래, 예술의 흔적은 그 어떤 예술도 대신할 수 없는 강렬한 비애로서 인간들에 깊은 감동을 안기곤 한다.
바그너의 최후의 작품은 [파프지팔]이라는 성극이었지만 ‘Love Death’이라는 장중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작품이야 말로 바그너의 최후를 장식하기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풋치니는 언젠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고 자신의 작품은 한갓 장난에 불과하다고 고백한적이 있다고 한다. 음악사에서 ‘사랑과 죽음’의 문제를 가장 심도있게 다루었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내용만큼 풋치니를 감동시킨 작품도 없었으며 풋치니 작품의 핵을 이루는 것도 바로 이 ‘사랑과 죽음’의 문제였다.
베르디, 바그너등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작곡가로 꼽을 수 있는 풋치니는 ‘전설’이나 ‘문학 ‘등을 주로 다루었던 베르디나 바그너와는 달리 현실의 문제를 주로 다루어 사실주의 작곡가로 불리는 작곡가였다.
특히 현실에서의 ‘사랑’, ‘죽음’등의 문제를 즐겨다루었던 풋치니였던 만큼 그의 3대 오페라([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는 모두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죽는 장면들이다.
풋치니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그의 대표작 [라보엠]으로 볼 수 있겠는데 [별은 빛나건만]으로 유명한 [토스카]역시 풋치니의 3대 오페라중에서도 가장 장중한 맛을 안기는, 극적인 요소뿐만아니라 노래의 아름다움에서도 결코 [라보엠]에 뒤지지 않는 명작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별은 빛나건만]은 오페라 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 아리아로서 삶과 죽음의 극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흐느끼는 듯한 비극적인 호소력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팬들을 소유하고 있는 아리아이다.
풋치니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처럼 그 자신역시 말년에는 병마(암)에 시달리며 [투란도트]를 작곡하지 않으면 안됐는데 [투란도트]는 결국 작곡가가 발표되는 것을 보지 못한, 유작으로 남고 말았다. 이 [투란도트]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아리아가 바로 ‘Nessun dorma’로 불리우는 ‘공주는 잠못이루고’라는 명아리아이다.
별을 바라보며 공주와의 이룰수 없는 사랑,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공주는 잠못이루고’는 풋치니의 대미를 장식하는 명아리아로 손꼽을 수 있겠는데 [공주는 잠못이루고]와는 달리 [별은 빛나건만]은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비애을 토해내고 있어 더욱 비극적인 긴장감이 넘친다.
카바라도시는 안젤로티라는 정치범을 은익한 죄로 감옥에 갇힌 사형수였다. 카바라도시는 토스카라는 애인이 구하려고 달려오는 동안 사형집행을 앞두고서 유명한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게 된다.
And the star were shining/ The earth smell sweet…
별은 반짝이고/ 대지가 다 향기로운데 / 저 채원문을 열고 들려오는 가벼운 발자국 소리…/ 향기와 함께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 나의 가슴에서 힘없이 애무를 할때/ 그녀의 모습은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세월은 지나고 이제 나는 절망속에 죽게 된다/아, 이 순간만큼 생을 사랑한 적이 있으리…
이같은 비극적인 아리아를 남긴뒤 카바라도시는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데…
베르디의 극적인 힘, 바그너의 장중한 힘이 연합한 듯, 극적인힘과 사실적인 감동력으로 육박해오는 [별은 빛나건만]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선율로서 가장 많이 불러지고 또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테너 아리아의 대명사와 같은 작품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