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가 제5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아무런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뜨거웠다’는 현지 반응과 다른 결과라 국내 영화 팬들은 다소 의아해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지 취재를 다녀온 기자로선 <공동경비구역 JSA>의 첫 시사회 때 이미 예감했던 ‘예정된 결과’였다.
물론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그 이유와 실상을 살펴보면 금세 실망하게 된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반응은 ‘작품’보다 ‘분단 현실’에 집중됐다. 높은 작품성보다는 남북한이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한 분단 상황, 그리고 거기서 남북한 병사가 적이 아니라 친구로서 우정을 나눈 현실에 놀란 것이다.
이 때문에 첫 시사회 직후 펼쳐진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자들은 모두 분단 현실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영화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무슨 정치인 회견장 같은 분위기였다.
또한 깎아내리기보단 칭찬 일색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인지상정’도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뜨거운 현지 반응’에 크게 한몫 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대한 평은 당연히 한국 기자가 외국 기자 또는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공동경비구역 JSA>가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답할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긍정적인 평만 늘어놓기 마련이다.
그 반응이 한국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 <공동경비구역 JSA>는 뜨거운 현지 반응을 얻고도 수상엔 실패하게 됐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의 <춘향뎐>, 베니스 영화제에서의 <거짓말>도 비슷한 이유에서 수상 실패를 경험했다.
물론 유럽 3대 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이들 작품들은 수상 여부를 떠나 일정한 수준에 올라선 작품임이 분명하다. 유럽 3대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못받고가 무슨 대수인가.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수상은 한 작품만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한국 문화 전체의 힘이 커질 때 한국 영화가 비로소 외국 영화제에서 수상할 수 있음을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주요 코드로 장치해 놨던 김광석 노래와 초코파이의 정서를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한국 관객들과 비슷한 울림을 경험할 수 없다. 또 그럴 때마다 일일이 ‘이 부분에선 이런 느낌을 받아야 된다. 김광석이 어떤 가수이고 어떻게 요절했다.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한국의 젊은 남자들은 이런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선 이게 현실이다’고 설명하겠는가.
결국 영화 내용과 정서에 대한 설명이 필요없을 때, 영화를 보고 외국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의 진동을 경험할 수 있을 때 한국 영화는 비로소 진정한 작품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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