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두 달 동안 타운 내 각종 대형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다. 행사장을 들어서면 보기만 해도 배부를 것 같은 맛나고 귀한 음식들이 미각을 돋구는 각종 장식과 함께 행사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어 분위기 조성에 한 몫을 담당한다.
수백 명씩 참석하는 행사규모에 맞춰 음식 또한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행사 때마다 음식의 절반 이상은 남겨지는 것을 목격한다. 억척스런 소위 `아줌마’ 부대나 노인들이 많은 행사일 경우 그나마 남은 음식을 열심히 담아가지만 품위를 지켜야 하는 격식 있는 행사일 경우 남들 눈도 있어 담아갈 수도 없다.
식당 측에서는 위생상 어차피 남은 음식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하는 입장이고 보면 우리는 음식값으로 너무 많은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잔치 집에서 음식이 모자라는 것보다 더 큰 실례는 없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라 무조건 넉넉히 준비하다보니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기자가 초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한국은 물자절약, 잡곡밥 먹기, 새마을 운동 등 여러 가지 국민운동이 많이 있었다. 당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일년에 한번 농사짓고 사는 농부들을 상기시켜 `쌀 한 톨이 만들어지려면 일년이 걸린다’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아껴먹도록 가르쳤다.
미국에서는 소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Haves와 Have-Nots으로 구분 짓는다. 이는 경제적인 면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분야 모두를 통틀어 통용되는 단어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 땅에서 소수민족으로 정치적 힘도 없고 기도 못 편 채 잔뜩 웅크린 Have-Nots에 속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 축적한 경제적 풍요만큼은 그렇지 못한 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Haves로써 지나친 남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낭비도 그렇고 호화로운 자동차와 주택들. 보상심리 때문일까?
이제 절기로는 입춘도 지났고 겨우 내 힘들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 햇살이 비칠 것이다. 올 한해 뉴욕 한인들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위치를 함께 생각하며 보다 실속 있고 균형 있는 삶을 설계하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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