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은 20일 정오를 기해 ‘민간인’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권좌를 떠난 그가 세인의 시야에서 사라지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도 아주 가는게 아니다"는 말이 그의 퇴임에 대한 적절한 논평이다.
재임까지 했으면서도 그의 나이 이제 겨우 54세다. 테디 루즈벨트 이래 가장 젊은 ‘전임’이다. 지난 27년간 줄곧 공인의 신분을 유지해온 천부의 정치인 클린턴이 팔팔한 나이에 골프나 치면서 여생을 보내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65%라는 높은 업무수행 지지율을 기록한채 백악관을 떠나는 그는 벌써 후일에 대비한 포석을 깔아놓았다. 민주당 전국의장으로 그의 기금모금책임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테리 맥컬리프를 선택한 것. 앨 고어의 패배로 민주당내 권력구조에 혼란이 발생한 틈을 타서 당의 최고 지도부에 자신의 사람을 심어놓음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해 두었다.
클린턴은 백악관 근처에 퇴임후의 거처까지 마련했다.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 대통령 취임후 곧바로 워싱턴을 뜨는 전임의 전통을 위드로우 윌슨 이후 처음으로 깨버린 것이다.
전임에 대한 그의 무례는 이 정도가 아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의 취임행사가 시작되는 18일의 황금시간대에 TV를 통해 고별담화를 발표한다. 그의 전임자 가운데 레이건이 TV 고별담화를 발표했었으나 그 시기는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9일 전이었다.
그의 참모들은 클린턴이 앞으로도 이런식의 끼어들기를 계속할 것으로 예견했다.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공화당행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치적과 흔적을 없애려 들지 모른다는 강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총동원해 맞대응하겠다는게 클린턴의 결심이고 이같은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퇴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연이은 강수와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그의 배우자는 현직 연방상원의원이다. 현실정치로 통하는 고리가 바로 그의 곁에 놓여 있는 셈이다.
평자들은 클린턴이 800만 달러에 달하는 소송빚을 갚기위해 퇴임후 부진런히 책을 쓰고 강연요청에 응할 것이지만 조만간 공직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고록 한권만 집필해도 500만 달러가 너끈히 들어오고 1회 강연에 10만달러에서 15만달러를 챙길수 있으니 빚을 갚기 위해 죽자사자 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나지만 세인의 관심권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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