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선희 숨은비디오]
▶ 가난한 이 가정에 왜 빛이 안비출까
영국 출신 감독 앨런 파커는 아역 시절의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 어린이 갱스터물 ‘벅시 말론’(1976년)으로 데뷔하여,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더 월’ ‘버디’ ‘미시시피 버닝’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아우르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1990년대 이후에 내놓은 ‘폭풍의 나날’ ‘웰빌로 가는 길’ ‘에비타’ 등으로 명성에 흠집을 내기는 했지만, 영국으로 돌아가 1999년에 내놓은 ‘안젤라스 애쉬스 (Angela’s Ashes)’ (15세, CIC)로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프랭크 맥커트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 ‘안젤라.’ 는 이보다 더 빈궁하고 비참할 수 없는 가족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구정물이 흐르는 아일랜드의 리메릭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맥커트 가족은 실업, 굶주림, 질병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카톨릭 신앙을 저버리지 않지만, 신은 이들 가정에 단 한 번도 밝은 빛을 비추지 않는다.
1935년에서부터 10여년에 걸친 이들 가족의 우울한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비가 새지않는 집과 매 끼니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오늘 우리의 삶이 죄스러울 지경이다.
조국을 위해 싸웠지만 지금 그 조국은 애국자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실업 수당을 술로 탕진하면서도 자존심을 제일로 내세우는 대책없는 가장 맥커트 역에 로버트 카알라일과 종교때문에 낙태는 생각도 못해 아이를 줄줄이 낳지만 품안의 자식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것을 울음으로 삭혀야 하는 무기력한 어머니 안젤라 역에 에밀리 왓슨.
골격이 드러날 정도의 체중 감량에,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처럼 자연스런 연기로 관객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세익스피어를 읽고, 결막염에 걸릴 때까지 조개탄을 나르며,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미국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 프랭크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은 기쁨과 경외감, 그 자체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살아보려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프랭크가 개기일식의 밤,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과 결별하는 장면도 감동적이다.
<비디오 칼럼니스트>
감상 포인트/ 풍요가 지나친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 어렸을 적에는" 을 호소하기보다,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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