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났다는 아쉬움과 는 새해를 앉아서 기다리기에는 웬지 미흡하다보니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선지 12월초부터 시작된 중·고와 대학교의 각 동창회가 지난 중순에는 절정을 이루었다. 퀸즈와 뉴저지 지역의 한인운영 대형 연회장에는 여러 곳의 고교와 대학동문회가 한날 한시에 열려 주차 장소를 찾느라 애를 먹기도 하고 연회장 복도에서 평소 아는 얼굴을 마주치는 일도 잦았다.
“어? 여기 웬일?”, “고교 동창회에 왔지. 그쪽은?”, “대학동창회지.”
본국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동창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않고 그저 집으로 날아드는 모교의 뉴스 레터나 읽고 있었을 사람들이 이국 땅에 살다보니 동창회를 기웃거리고 일부는 동창회 일이라면 두팔 걷어부치고 활동하고 있다.
일년 열두달 밤낮없이 비즈니스에 몰두하는 한인들은 능숙하지 못한 언어, 체질적으로 맞지않는 외국인들, 타향살이의 설움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동창들을 만남으로써 푸는 것이다.
동기동창끼리 마음 턱 놓고 반말로 “야.” “너.” 하면서 오장육부를 드러내어도 되고 후배들이 깍듯이 부르는 “선배님“하는 한 마디에 무엇이든 들어줄 것처럼 마음이 넉넉해지기 때문이다.
또 동창들끼리 한달에 한번 친목계를 하거나 수시로 골프를 치러가면서 이민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가족동반으로는 일년에 두 번 정도, 야유회나 송년의 밤에 만나는데, 어쩌다 사정이 생겨 야유회를 못가는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송년의 밤에서 얼굴을 보고 “1년에 한번, 이렇게 10번만 만나면 10년이네.”하기도 한다.
한인들은 누구나 자영업자든 샐러리맨이든, 돈을 많이 벌었건 못벌었건, 명예가 있건 없건 대부분 출신 중고교나 대학이 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었을 때 함께 나눈 웃음이 있고 파란 청춘의 한 대목에 함께 흘린 눈물이 있으며 같은 교정, 같은 스승, 같은 추억이 있다보니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수십년 세월을 한꺼번에 뛰어넘는다.
이것은 무엇으로도 살 수 없고 얻을 수 없으니 그만큼 소중하고 귀하다.
뉴욕 한인사회에 중고 동창회만 1백여개, 대학동창회만 50여개이며 그속에 소속된 동창들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연말연시가 되면 한인들이 잘 가는 연회장에는 짧은 다리에 긴 드레스 자락을 잘잘 끌고가고, 불룩 나온 배에 나비 넥타이와 턱시도를 입어도 흉이 되지 않는 동창들의 잔치가 열린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동창회의 송년이나 구정모임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어느 동창회나 자리잡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그것은 식사하고 춤추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틈틈이 진행되는 경품잔치 현장에서 나타나는 선후배의 끈끈한 사랑이다.
경품으로 나온 가전제품이나 사무용품, 의류 등의 물건은 비즈니스에 성공한 선배들의 기부금과 동문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상품으로 마련된 것인데 경품권 추첨으로 이를 나눠 가진다.
동창회 발전기금으로 쓰일 경품권을 선배들이 양껏 사서 후배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가장 보기 좋은 것이 경품이 한 개 이상 당첨 되면 본인이 하나만 갖고 그외의 것은 도로 내놓아 보다 많은 기회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양보하는 그 마음이 때로 컴퓨터도 되고 서울 왕복 항공권도 되고 골프채도 된다.
또, 대형 TV나 전자렌지 같은 가전제품은 갓 결혼한 신혼가정에 주거나 그날의 최고 막내에게 돌아가기도 하니 선후배의 훈훈한 정이 한인사회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 한인사회는 결국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뉴욕 한인사회를 이끌어가는 힘은 중고교와 대학 동창회에서 나오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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