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파닥한 젊음에서 약간 비켜서 보면 안다. 부드러움이 날카로움보다, 물이 불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동물원’의 노래가 그렇다. 이들 음악은 여리고, 감성적이고, 고운 것으로만 들리기도 한다. 물론 다른 시도도 해보았다.
그러나 어떤 스타일도 결국엔 ‘동물원 스타일’이 되고 만다. 고운 노랫말과 정겨운 멜로디 라인으로 그런 강력한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고운 ‘아저씨’들이 17년째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결국 약한 게 강한 것이다.
1집에서 7명으로 시작한 동물원이 8집에는 3명이 됐다. 박기영 유준열 배영길, 단출한 셋이다. 그러나 누군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 자기가 부를 곡을 만들고 부른다. 각자 일을 하면 된다. 여유가 생긴 공간에는 좀 더 여유있는 노래 소리가 가득하다.
4년만에 낸 8집 ‘동화(冬畵)’다. 그러나 4년만에 냈다기 보다는 4년이 걸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3년전 쯤 생각했다. 다음 음반은 애니메이션이나 전설이나 동화 같은 스토리가 있으면 어떨까.
박광수가 그린 만화 ‘동화’는 이렇다. ‘제 가슴 속에 숨겨진 나침반이 있다는 것을 .당신을 떠나보내고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나침반은 언제나 당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붉은 사랑을 떨쳐 버리고 스스로 절망을 택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동물원은 노래로 들려준다.
너무 오래 만들어진 소리에 익숙해진 것일까. 가급적이면 에코 같은 효과를 배제한 이들의 노래는 맑은 물처럼 청량하다.
배영길의 노래 ‘다시 널 부르지 않도록’ ‘내가 아프게 한 사람들에게’ ‘씽씽씽’등은 탄력 있는 포크 록이나 화려한 세션으로 풍성한 느낌을 준다.
’학교 앞 지하철 역에서’ 처럼 소년의 서정이 가득한 목소리의 박기영은 ‘우리 이렇게 헤어지기로 해’ , 타이틀 곡 ‘너에게 감사해’에서는 여전한 소년적 감수성을 전하지만 ‘금지된 꿈’ 같은 곡에선 거친 듯한 매력이 더해졌다.
유준열의 ‘새옷’은 혹 단조로울 법한 ‘동물원’사운드의 ‘바람직한 일탈’이다. 약간 거칠고 늘어지는 듯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386세대인 동물원의 음악 정서는 10대나 20대와도 소통하는 부분이 많다. 누군가를 상정한 것이 아니라 "내 애길 어떻게 전할까"하는 생각으로 쓴 가사와 곡들은 젊은이에게 어려움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조용한 희망의 노래로 다가간다.
동물원 콘서트 현장에는 특징이 있다. 관객은 10대부터 40대까지, 그리고 공연후에는 CD를 사가는 사람이 많다. 대학로 컬트홀에서 14일 시작, 1월1일까지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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