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가 평상시 멀리서만 “참 좋은 분이다”라고 느끼던 선배 한분에게 조그마한 선물과 평소 하고 싶던 말 몇마디를 곁들여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드렸다. 며칠 후 “올해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일찍 오셨어요” 하며 어린애같이 기뻐하시는 목소리가 전화통에서 울려온다. 전화를 받고보니 흐뭇하다.
내 기억으로 어른이 될 때까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무언가 바빴고, 그저 즐겁기만 했던 것 같다. 특히 대학교 시절과 청년시절에는 친구들과 모여 미래를 이야기하고 꿈을 키웠던 시간들이 크리스마스 때에 더 많이 있었다고 기억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에는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별로 여늬 날들과 다르다고 느껴지질 않는다. 기껏해야 가족들 줄 선물 준비로 해서 시간을 보낸다고나 할까? 그리고 몇 군데 카드를 쓰고, 친구 친지들이 보내주는 카드를 읽고, 며느리와 딸냄이, 그리고 손자 손녀가 주는 선물을 받고... 흥겨운 기분이 전과 같지 않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면과 음악을 보고 들어도 그저 그렇고 크리스마스의 원래 의미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나를 본다. 나만이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그럴까? 아니면 늙은이들만이 그럴까?
어렸을 때, 사춘기 때, 젊었을 때는 그렇게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기뻤고 의미를 심각하게 되새겼고 바빴던 것으로 보아 나이 탓인가 보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선물에 대한 기억이 없다. 선물을 많이 받았을텐데 크리스마스와 연관되어 있는 선물은 기억에 거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크리스마스 하면 같이 무엇을 했었다는 것이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퍼뜩 정신이 든다. 내가 할일이 생겼다는 기쁨이다. 전화를 통해 전해지는 밝은 목소리가 더 귀한 선물이 되고 특히 기쁜 성탄이 가까워 와도 별다른 변화를 체험할 수 없는 이들에게 전화 한 통화가 훌륭한 메신저 노릇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일년 내내 바쁘다는 핑계로 편지는 고사하고 그 쉬운 전화 한번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는 일이다.
리스트를 만들어 지금부터 시작해서 하루 저녁에 한 두군데라도 전화를 하면 내년 1월 중순까지로 계산해서 50명 이상이 가능할 것이다. 형식적인 카드로만 그칠 것이 아니고, 전화로 성탄 인사도 올리고 새해 인사도 드리고... 전화 한 통화가 기쁨을 날라다 주는 심부름꾼이 될 것이라고 상상을 해 보니 나에게도 크리스마스가 오는구나 하고 훈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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