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가 동시에 빛나는 밤이었다.
비록 지난 2년여간 서로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지만 13일 밤 한시간 간격으로 행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연설에서는 ‘비판’과 ‘부정’, ‘보복’이라는 의미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권력 있는 미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불과 500여표(플로리다주의 투표수 차이)로 놓친 고어 부통령은 웃음과 감정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아메리카’라는 노래의 구절을 인용하며 미 국민들의 단합과 국민성을 당부했다. 그가 언급한 ‘아름다운 아메리카’의 구절은 1963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애도하는 국민들의 사기를 위한 연설에서 언급한 바로 그 말이다.
고어 부통령은 "본인은 이제 사라질 때이다"(It’s time for me to go)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비록 자신의 꿈을 접어야했지만 ‘개인의 욕망보다는 나라와 국민들이 더 중요하다’는 뜻을 그는 이 마지막 한마디로 모든 미 국민들의 가슴에 새겨줬다.
부시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잃지 않고 "정치와 당을 뒤로하고 본인은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 국민들은 "그 어떠한 위기가 닥쳐도 우리는 단합으로 헤쳐나간다"라는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많은 사학자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미국의 망신’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13일 밤 두 대인(大人)의 연설을 보면서 ‘왜 미국이 세계 최강국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답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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