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곳곳이 각종 송년행사로 흥청대는 등 서서히 연말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생계조차 연명하기 힘든 어려움으로 쓸쓸한 연말을 보내는 이웃들도 많다. 그 어느 때보다 얼어붙은 나눔의 정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버려진 이웃들을 찾아본다.
시민아파트 방 한 칸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
시각장애자 김명원(65)씨에게 남아있는 전부다. 94년 도미, 한의학을 공부하던 남편이 97년 위장출혈로 갑자기 사망하자 김씨는 충격으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 좁은 골방에서 절망한 김씨를 일으켜준 건 살붙이의 온기와 신앙의 힘.
"한국에서 남편이 증권투자로 거의 모든 재산을 날리고 새로 살아보겠다고 미국까지 허망하게 떠나버린 남편을 처음엔 원망도 많이 했다"는 김씨는 "이제 모든 것을 믿음 속에 맡겼다"며 정신지체 장애인 딸을 위해 하루 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김씨의 딸 장영순(38)씨는 선천성 몽골리즘 다운증후군. 옷 입는 것이며 양치질까지 김씨의 손을 거쳐야 한다.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장애인 보호기관인 레저널 센터에 다니고 있다. 김씨 모녀의 생계비는 김씨 노부모에 지급되는 정부보조금 320달러가 전부. 시민아파트 월페이먼트로 67달러를 내고 나머지 250여달러로 연명한다. 김씨 모녀는 영주권이 승인된 상태이긴 하지만 메디칼은 1년 생계보조 혜택은 영주권을 받은 후 3년 이상이 지나야 받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친정부모님과 영순씨 동생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나 거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김씨는 길눈이 어둡지만 종종 어머니 일을 도우러 가는데 얼마 전엔 어머니가 "내가 너에게 돈 100불 주지 못해도 이렇게 얼굴 보며 이야기나 많이 하며 살자"고 해 같이 붙잡고 울었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한쪽 눈은 완전히 시력을 잃었고 다른 쪽 눈도 컴컴해 온다는 김씨는 "이 눈마저 잃으면 딸아이와 영영 헤어지게 될 것이 두렵다"고 전했다.
"송년의 아쉬움도 새해의 기쁨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김씨 모녀는 새벽기도 중에 "내가 너를 위해 죽었는데 네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세미한 음성만을 붙잡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213)42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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