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라델피아>
▶ 김태율씨 노숙자에 무료 급식… 일부 자원봉사자 동참 늘어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필라 다운타운의 중앙도서관 앞 로크 공원 벤치에는 홈리스족 70~80명이 찾아든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화요일 저녁이면 일렬로 줄을 서 낯익은 한국인을 기다린다.
지난 14일 저녁 희미한 가로등이 어둠을 걷어내고 있는 벤치 앞에 길거리 전도사로 일하고 있는 김태율(55)씨가 자원봉사자 한 명과 함께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핫도그가 담긴 빵에 케첩과 머쉬타드를 넣어 따뜻한 엽차 한잔과 콘 칩 등 과자를 나누어주었다.
이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 7일 저녁 박홍수(55)-영혜(50)씨 부부가 4세된 딸 예인양을 데리고 와 역시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핫도그가 담긴 빵과 엽차 등을 홈리스족에게 나눠주었다.
청바지에 노란 넥타이를 맨 브라이언(39)씨는 연신 “고맙다”면서 “알콜 중독 치료를 받고 있으며 밤에는 필라 커뮤티니 칼리지 창고에서 잔다”고 말했다.
필라 다운타운에 있는 홈리스족에게 주어지는 무료 급식은 92년 김태율씨가 시작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길거리 전도에 나섰다가 마약과 알콜 중독자들이 초라한 행색을 한 채 굶주림에 지쳐 쓰러지는 것을 보고 일주일에 두번 저녁 끼니와 함께 이발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의 주목적은 홈리스들이 성경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들이 성경을 암송하거나 퀴즈를 내 맞추면 1달러를 줬다. 한 사람은 예수 구원에 대해 적혀 있는 로마서 8장을 다 외워 60달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숙자들을 몰고 다니는 김씨의 행동이 필라 시청에서는 이상하게 받아들여져 경찰을 동원해 단속했다. 나아가 필라 시청은 아예 엽차를 데우지 못하도록 공원에 있는 전기 플러그를 없애 버렸다. 필라 중앙 도서관측은 이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치기도 했다. 믿음으로 가득 찬 김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7차례나 배급 장소를 옮겨가면서 8년째 무료 급식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김씨의 선행이 소리소문 없이 알려지면서 말없는 자원봉사자들이 생겨났고 일부 교회는 아예 하루 분의 행사를 모두 맡겠다고 나섰다.
경비는 한번 식사제공에 120달러가 들어가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10~20달러씩 내며 참여해 해결되고 있다. 매월 1, 3주 화요일 저녁은 중앙성서교회(최광진 목사)가 맡아 박홍수-영혜 부부를 3년째 파견하고 있으며 주말의 마약중독 치료소와 길거리 전도는 필라 한인연합교회(김승욱 목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태율씨는 이러한 행동이 알려지기를 한사코 꺼린다. “왜 하필이면 미국인 걸인들을 그렇게 정성껏 돕느냐”는 질문에 “도와주는 것도 없으면서 따지기는 왜 따지느냐”고 되묻는다. “본인이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묻자 “그들의 선행이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이 신문에 나기 시작하면 이 모임은 아예 깨진다”면서 묵살한다.
요즘 그의 고민은 “어떻게 내의와 양말, 장갑 등을 구해 추운 겨울을 앞둔 노숙자들에게 전해 줄까”하는 것뿐이다.
김태율씨를 아는 동포들은 그가 70년대 중반에 이민 와 지금도 빈민가인 노스 필라 5가의 지하실 단칸방에서 살고 있으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는 무조건 주머니를 털어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노숙자들에게 핫도그에 케첩을 발라주던 그의 아들이 이제는 커서 대학에 다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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