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슬링의 전설 카렐린
▶ 무제한급 결승서 무명 가드너에 0-1패
매트에서도 영원한 황제는 있을 수 없었다. 아마추어 레슬링의 살아있는 전설 알렉산더 카렐린(33·러시아)이 침몰했다. 그가 일궈온 13년 불패신화는 과거형이 됐고 그가 겨냥한 올림픽 4연패는 미완성 야망으로 남게 됐다.
카렐린은 27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30㎏이상급 결승에서 미국의 럴런 가드너(29)와 연장 접전끝에 0-1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87년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고르 로스토로츠키에게 당한 불의의 패배이후 13년만에 처음 맛보는 쓴맛이었다.
육중한 몸(191㎝/130㎏)에서 뿜어나오는 괴력의 파워와 경량급 선수를 방불케 하는 날렵함으로 레슬링 매트를 지배해온 ‘시베리아 불곰’ 카렐린. 빛나는 미래를 예고하듯 그는 태어날 때 이미 6.5㎏였고 불과 18세 소년시절인 8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매트의 생태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자잘한 대회는 차치하더라도 88년 서울대회부터 올림픽 3연패에다 세계선수권 11회 차례 우승.
그가 무명 가드너에게 당할 줄이야. 그러나 가드너는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던 카렐린의 약점을 찾아내 집요하게 파고들며 거인의 몰락을 유도했다. 강력한 팔 힘을 이용, 카렐린의 허리를 잡고 매트에 내다 꽂는 주특기를 가진 카렐린을 맞아 허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죽어라 손을 맞잡고 가슴과 어깨를 바짝 붙인 채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리는…. 1, 2회전 무사통과. 그것만 해도 가드너는 제몫을 다한 셈이었다.
승부처는 연장전 종료 8초전.
피로한 기색을 보이던 카렐린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가드너의 손을 뿌리쳤고 심판은 카렐린에게 벌점을 선언했다. 레슬링계를 호령하던 시베리아 불곰이 무명의 미국선수에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기적의 사나이를 잡고 새로운 기적을 이뤄낸 가드너는 네브라스카대학 출신으로 미국대표팀이 밑져봤자 본전이란 생각으로 뽑아든 카드였다. 미국은 당초 출전시키기로 했던 매트 가파리가 카렐린에게 지난 10년간 1점도 못따고 22전 22패를 당하자 할 수 없이 가드너를 내세웠던 것.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국경수비대 현역 중장과 러시아 하원의원을 겸하며 최고의 인생을 보내온 무적 불곰 카렐린은 수비로만 일관하는 가드너에게 짜증섞인 손시레를 쳤다가 결국 그때문에 13년만의 패배를 안게 된 셈이다. 거꾸로 이는 약자 가드너의 기막힌 작전이 맞아떨어진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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