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임금 시대에 살다 간 러시아 여황제 에카데리나 II는 독일장교의 딸로서 15세에 황실에 들어와 황태자와 결혼하고 뒷날 황제위에 오른 남편 피터 III을 모살하고 여황제가 된 팔뚝심 센 여자로 세계에 몇 명 안되는 여걸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러시아 황제는 세습제도, 선출제도 아닌 오직 선점제이다”라 했다.
근위대의 도움을 받아 여황제 자리에 오른 그녀는 젊은 장교들과 총신들을 사랑했고 그들보다는 꽃을 더 사랑해 중국으로부터 은화와 같은 무게로 사들인 값비싼 꽃병에 꽃을 꽂아 궁전 안을 장식했다.
언젠가 유럽 왕실로부터 선물로 받은 장미를 예뻐하여 이를 궁전 밖에 심게하고 해칠세라 울타리를 만들어 보초를 세워 지키게 했다. 세월은 흘러 심었던 장미는 사라지고 심게 한 여황제도 갔으나 보초의 임무는 계속되었고 볼쉐비크 혁명 때가 아닐까 하는 것은 오직 추측일 뿐, 그런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필자도 모른다.
남북 정상의 6.15 공동선언 후 남북 상황이 발 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을 모고 놀라고 기쁘면서 한편 앞날을 내다보는 지도자의 용기있는 결단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새삼스러이 느끼게 된다.
정상이 약속한 사업 중 실천작업의 하나로 우선적으로 이행된 이산가족의 상봉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현금의 인간가족이 느끼는 지상 최대의 비극임에 틀림 없다. 이제는 눈물을 닦고 흥분을 억누르며 왜 이렇게 울고 또 언제까지 울어야 하나 새롭게 생각해 볼 시간이다.
한반도에서 부끄러운 3년간의 동족상잔 싸움이 끝난 후 지킬 것이라고는 자신들의 목숨과 정치적 생명일 뿐, 그외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황폐된 국토 위에 휴전선을 그어 담을 쌓고 200만명의 젊은이에게 중무장을 시켜 보초를 서게 한 지 50여년이 지난 지금 진실로 필요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또 언제까지일지 아무런 계획 없이 관성에 의해 오늘도 휴전선을 지키는 보초의 임무는 계속되고 있다.
남북을 분단시키고 휴전선을 만든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된 지금도 말이다.
며칠 동안 계속된 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한반도가 이제 눈물을 멈추었다. 결코 그들이 흘릴 눈물이 다 메말라 없어져서가 아니라 현명치 못한 연출자들에 의해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 다 가버렸기 때문이다.
“통일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라고 지도자가 생각한다면 그는 절대적 권력자이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위험하지만 휴전선을 허물기 위해 그 힘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지도 모른다. 수동적 제3자는 사건의 지배를 받으나 능동적 제1인자는 사건을 지배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다.
반세기 전에 선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휴전선 방벽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아직도 필요한가를 남북 정상 두분과 그들을 돕는 남북의 모든 관계자들은 진보적으로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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