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6월 6일 상오 2시.
칠흙같이 어둡고 바람이 부는 음산한 퀸스 앞바다에서는 화물선 ‘골든 벤처’호가 인간화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콩나물시루같은 배의 밑바닥에서 악몽같은 100일을 보낸 총 286명의 중국밀항자들은 차가운 파도속으로 내밀렸다. 열 명은 해안을 지척에 두고 높은 파도속으로 사라졌다. 체포된 생존자 가운데 상당수는 철창속에서 3년이상을 보내야 했다.
’골든 벤처’라는 이름은 인간의 절망적인 몸부림에서 이익을 챙기는 밀항조직의 비정함의 상징이 됐다.
7년이 지난 후 ‘골든 벤처’는 ‘유나이티드 커리비언’으로 새롭게 명명됐고 이 배는 영원히 바다의 품에 안겼다.
22일 당국은 이 배를 플로리다주 보카래튼 앞바다 1마일 해상으로 예인, 70피트 물속에 가라앉혔다. 물고기들의 보금자리인 인공암초가 된 것이다.
"팜비치 카운티가 이 노후한 화물선을 해저생물의 서식처로 바꾸는데 투입한 예산은 총 6만달러다"
인공 암초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있는 카운티 환경분석관 재닛 핍스의 설명이다.
7년 전 이 배에 아메리칸 드림을 걸고 중국인들이 밀항조직에 지불한 돈은 1인당 평균 3만달러.
중국인 밀항자들이 선상에서 받은 고통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모진 것이었다.
이들은 거의 넉 달동안 선체 밑바닥 비좁은 화물칸에서 신선한 공기 한 번 호흡하지 못한채 최소한의 음식과 물로 연명하면서 미국땅에 발을 디딜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배가 해안에서 좌초되자 선원들은 "육지까지 헤엄쳐라"면서 이들을 강압적으로 물속으로 떠밀었다. 당국에 체포된 이들 가운데 최소한 170명은 중국으로 강제송환됐다.
"중국으로 추방되지 않은 사람들은 현재 미국생활에 잘 적응해 살고 있다"
밀항자들을 변호한 펜실베니아 요크의 변호사 제프리 로바크는 말한다.
로바크가 변호한 중국인 가운데 한 사람은 요크인근에 정착, 두 직업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 중국인은 최근 중국에서 여자친구와 결혼, 미국초청 수속을 밟고 있다.
미국에 남은 밀항자들은 뉴욕, 워싱턴 및 서부지역으로 이주, 신천지에서 새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미국에 정착한 이들 중국인들은 ‘골든 벤처’호를 보존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는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배에서 보낸 100일의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바크의 말이다.
당시 로커웨이 반도에 좌초됐던 이 화물선은 연방 마샬당국에 의해 압류돼 그동안 마이애미 강에 정박된채 녹슬고 있다가 팜비치 카운티가 이를 인수, 인공 암초로 전환시킨 것이다.
앞으로 수년내로 이 배는 현란한 색깔의 열대 물고기들의 서식지가 되고 선체에는 산호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이 배의 과거는 비록 어둡고 비정하지만 미래만은 다채롭고 아름다운 새로운 생명들로 장식될 것이다"
생물학자인 핍스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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